'중국 사교육계의 거물' 위민훙 신둥팡 회장이 "중국 정부는 시장 원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공개 발언을 내놨다. 정부 정책 비판이 드문 중국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사교육 규제 정책에 반기를 든 것이어서 중국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교육업체 신둥팡을 이끌고 있는 위 회장은 전날 헤이룽장성에서 열린 한 기업가 포럼에 연사로 나섰다. 위 회장은 연설에서 "중국 정부는 시장 경제 규칙을 존중하고 상식이 통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와 기업가 간 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 지역 경제는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역사는 기업가에 대한 올바른 지원이 항상 성과를 거둔다는 점을 입증했다"고도 강조했다.
이 같은 위 회장의 언급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중국 정부의 사교육 규제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됐다. 시 주석은 2021년 7월 가정 사교육비와 학생들의 숙제 부담을 줄이겠다는, 이른바 '솽젠(雙減·이중 감경)' 정책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온라인 교육 기업 창업은 정부 허가를 받아야만 했고, 영어 수학 중국어 등 필수 교과목의 방과 후 사교육도 전면 금지됐다.
하지만 부작용이 잇따랐다. 부유층 자녀들은 음성적으로 과외를 받는 반면, 서민층 학생들은 사교육 접근 자체가 어려워졌다. 오히려 교육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얘기다. 신둥팡 계열에서만 약 1,500곳의 학원이 문을 닫는 등 2조 위안(약 370조 원) 규모의 사교육 시장이 붕괴됐다. 비슷한 시기, 빅테크·부동산 규제 정책까지 쏟아지며 급격한 경기 위축도 유발했다.
"시장을 존중하라"는 위 회장의 지적은 시 주석의 '규제 일변도' 정책을 정면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루이 멍 중국·유럽 국제경영대학원 교수는 "정부에 대한 민간 부문의 기대를 대변하는 발언"이라고 짚었다.
중국 재계에서 정부 정책 비판은 '금기'나 마찬가지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2020년 한 금융 포럼에서 "금융 당국의 규제가 혁신을 질식시킨다"고 말했다가 경영권을 잃고 수년간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디디추싱(중국판 우버) 창업자 류칭 등 다른 기업인들이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게시물을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과거 정부 정책 비판 게시물을 서둘러 삭제하는 '마윈 효과'도 나타났다. 일각에선 위 회장이 마윈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위 회장은 중국에서 '사교육 대부'로 통한다. 1990년대에 설립한 신둥팡 학원은 사교육 업계를 휩쓸면서 그를 중국의 '10대 부호'로 만들어 줬지만, 솽젠 정책으로 파산 위기까지 몰렸다.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영어를 사용해 농산물을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 사업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시 주석의 '정치적 라이벌'이었다가 지난해 10월 심장마비로 돌연 사망한 리커창 전 국무원 총리의 영결식에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