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신협 강도 "처음부터 베트남 도주 계획한 것 아냐"… 징역 12년 구형

입력
2024.02.29 14:30
검찰 "도박으로 빚 독촉받자 범행"

대전 서구 한 신협에서 현금 수 천만 원을 빼앗아 베트남으로 달아났다가 붙잡힌 40대에게 검찰이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대전지검은 29일 대전지법 형사11부(부장 최석진) 심리로 열린 A(48)씨의 특수강도 및 상습도박 사건 결심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인터넷 도박을 하다가 파산에 이르렀고, 그 과정에서 수억 원의 채무를 부담하게 돼 변제 독촉에 시달리자 대담하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구형 사유를 밝혔다.

A씨 측은 "사업 실패로 채무가 늘었고, 갚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가장 빠른 비행기표를 구해 출국했을 뿐, 처음부터 베트남으로 도망치려던 것이 아니다"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18일 서구 관저동 모 신협에 소화기 분말을 뿌리며 침입한 뒤 흉기로 직원을 위협해 현금 3,900만 원을 빼앗고, 미리 준비한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범행 후 훔친 오토바이와 택시, 도보 등 여러 이동수단을 바꿔가며, 폐쇄회로(CC)TV가 없는 길만 이용해 도주했다. 또 옷을 10여 차례 갈아입고, 장갑을 껴 지문을 남기지 않는 등 용의주도한 도주 행각으로 경찰 수사망을 피해 베트남으로 도망쳤다.

A씨 출국 사실을 하루 뒤 알게 된 경찰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하고, 현지 공안과 교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사건 발생 23일 만에 베트남 다낭 한 호텔 카지노에서 그를 검거했다. 당시 A씨는 한화 200만 원 상당의 카지노 칩을 가지고 있었으며, 숙소에선 현금 수십 만 원이 발견됐다. 훔친 돈의 대부분은 탕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 과정에서 A씨가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인터넷 도박사이트에 접속해 상습 도박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A씨는 베트남 도주 뒤에도 인터넷 도박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 선고공판은 4월 4일이다.

대전=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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