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에서 발생한 글로벌 물류 대란으로 유럽연합(EU) 해상 운임이 4개월 만에 250%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은 내륙 운송로를 확보하는 등 안정적 활로를 찾으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는 28일 홍해 예멘 사태가 우리나라의 대(對)EU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홍해 예멘 사태의 수출입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냈다.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몇 달째 상선을 공격하거나 위협하면서 2월 기준 국내에서 EU로 향하는 해상 운임은 지난해 10월 대비 250.1% 상승했다. EU 항로의 운항 일수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했을 때와 비교해 12∼14일 길어져 납기 지연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티 반군 공습 이후 글로벌 선복 공급 및 컨테이너선 운항 변동성도 눈에 띄게 커졌다. 지난해 12월 전 세계 가용 선복량은 과거 52주 평균 대비 57.3% 감소했다. 이는 2020년 2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후 선복량 감소 폭(47.3%)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홍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EU의 대(對)아시아 수입이 주춤하고 △중국 화주와 비교해 국내 기업들의 수출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이 후티 사태를 감안해 유로 지역 경제 성장률이 낮아졌고 EU의 월별 수입 물량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해 2분기부터 EU의 월별 수입 물량 증가율 또한 전 세계 평균치를 밑돌고 있으며 홍해 사태가 가시화된 4분기부터 수입 물량 감소 폭이 더 커졌다. 대EU 수출의 80%가 해상운송을 통해 이뤄지는 우리나라의 경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반면 중국은 이미 후티 공습 피해가 제한적이고 내륙 철도(TCR) 등 대체 운송로를 확보했다. 보고서는 앞으로 한국-EU 높은 수준의 해상 운임이 EU 수출 가격에 반영될 경우 EU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중국과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중국의 EU 수입시장 점유율은 7.91%로 한국(1.13%)의 일곱 배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EU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중국 3.8%, 한국은 3.2%로 주력 수출 품목에 있어 중국에 밀려 한·중 점유율 격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옥웅기 무협 연구원은 "중동 전면전 확산 등 추가적인 운임 및 공급망 교란 변수가 있다"며 "기업은 수출 시 납기 차질을 방지하기 위해 리드타임(상품의 주문 일시와 인도 일시 사이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책정하고 선적 최소 한 달 전부터 선복을 확정하는 등 다양한 대안 경로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