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 3년 연속 흑자, 누적 준비금 28조 원 '역대 최대'

입력
2024.02.28 16:40
지난해 4조1276억 원 흑자
수입 증가 폭이 지출 증가 폭 앞서
경제 불확실성·인구구조 변화 직면

필수의료 개혁을 추진하는 정부의 믿는 구석인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지난해 3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회계연도마다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누적 준비금은 역대 최대인 28조 원에 육박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3년도 건강보험 재정이 현금 흐름 기준 4조1,276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고 28일 밝혔다. 수입은 94조9,113억 원, 지출은 90조7,837억 원이다.

2021년 적자에서 탈출한 이후 3년 연속 흑자이고, 흑자액도 2022년(약 3조6,000억 원)보다 5,000억 원 이상 늘었다. 지난해 건강보험 수입과 지출은 전년도에 비해 모두 증가했지만 수입 증가 폭(6조1,340억 원)이 지출 증가 폭(5조6,355억 원)을 앞질러 재정수지가 개선됐다.

늘어난 수입의 81%(4조9,642억 원)는 건강보험료다. 2022년 9월 시행된 '건강보험 2단계 부과체계 개편'으로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 수입은 줄었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명목임금 상승으로 직장가입자 보수가 증가하면서 여기에 연동되는 보험료가 그만큼 늘었다.

정부 지원금도 11조 원으로 2022년보다 4,710억 원 증액됐고, 누적 준비금의 이자 수익률은 목표(4.05%)보다 0.95%포인트 높은 5.0%를 기록해 6,479억 원의 현금 수익을 창출했다.

지난해에도 의료기관 등에 지급하는 보험급여비(6.8%)와 기타 사업비(0.3%)가 늘었지만 전반적인 의료 이용 둔화로 총지출은 6.6% 증가에 그쳤다. 2022년에는 총지출 증가 폭이 9.6%였다.

흑자 규모가 확대되며 누적 적립금은 2022년 약 23조9,000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27조9,977억 원으로 불어났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준비금은 보험급여비 충당 등에만 사용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1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발표하며 공정한 보상 강화를 위해 2028년까지 10조 원+알파(α)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금이 필요하다.

건강보험 재정이 단기적으로 흑자이긴 해도 장기적인 전망까지 밝은 것은 아니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소비심리 둔화 및 불안정한 국제 정세, 내년에 진입하는 초고령사회(65세 이상이 총인구의 20% 이상) 등으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기석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지속적으로 지출 효율화를 추진하는 한편 투명하고 신뢰도 높게 보험 재정 운영·관리 체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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