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연한 얼굴의 송중기…'로기완', 한국판 '화양연화' [종합]

입력
2024.02.27 12:09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 제작보고회 
 김희진 감독의 첫 장편 영화 
 배우 송중기의 새로운 도전

"'로기완' 대본을 받고 내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로기완' 배우 송중기가 돌아왔다. '재벌집 막내아들' '빈센조'로 흥행 파워를 과시했던 송중기는 이번에 처연하고 쓸쓸한 이방인이 돼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27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호텔 나루 서울에서는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 제작보고회가 개최됐다. 행사에는 송중기 최성은과 김희진 감독이 참석했다. '로기완'은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기완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자신의 이름도, 국적도 증명할 수 없는 이방인이 낯선 유럽 땅에서 겪게 되는 고난과 아픔, 그리고 냉혹한 현실에서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섬세하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로기완'은 첫 장편영화 데뷔에 나선 김희진 감독의 작품이다. 김희진 감독은 단편 '수학여행'으로 전주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연이은 작품상 수상으로 주목을 받았다. 김희진 감독은 '로기완'의 시나리오 작업에서부터 참여하며 실제 유럽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고자 애쓰는 탈북민을 취재하고, 칼레의 난민을 다룬 다큐와 서적을 참고하는 등 치밀한 자료조사와 취재 과정을 통해 작품의 깊이를 더했다.

김희진 감독은 "원작을 너무나 좋아했다. 아름다운 이야기로 데뷔하게 되는 것이 너무나 귀한 기회로 느껴졌다"라고 작품을 연출하게 된 계기를 짚었다. 송중기는 "처음 대본을 봤을 때가 6~7년 전이다. 너무 신선했다. 먹먹했다는 느낌이 제일 솔직한 답변이다. 그땐 정보도 모른 채 글만 보고 신선함과 먹먹함을 느꼈다"라고 작품의 첫인상을 떠올렸다. 최성은은 "어떤 장르라고 규정짓기가 어려웠다. 낯설면서 신선하게 다가왔다. 결국 시나리오를 다 보고 느낀 것은 김 감독님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다는 점이었다. 삶을 살게 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점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원작의 강렬함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로기완의 주변 인물들을 새롭게 구축해 '로기완' 만의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을 완성시켰다는 자신감이 이어졌다. 여기에 이방인의 삶의 단면을 생동감 있게 그려내며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줄 송중기와 최성은의 호연이 예고됐다. 송중기는 과거 '로기완' 출연 의사를 밝혔지만 번복했고 긴 시간 끝에 다시 캐스팅이 성사됐다. 송중기는 "거절하고 나서 저렇게 좋은 작품에 아무도 안 들어갈까 하면서 오지랖을 부렸다. 솔직히 후회가 됐다. 다시 대본이 들어왔을 때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타이틀롤에는 관심이 없었고 내 영화라고 생각이 됐다"라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극중 송중기는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 땅에 도착해 고군분투하는 로기완으로 분했다. 마지막 희망인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홀로 벨기에에 왔다. 말도 통하지 않는 유럽의 낯선 땅, 차가운 시선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절박한 하루하루를 버티는 인물이다. 최성은은 벨기에 국가대표 사격 선수로 활약했지만, 엄마의 죽음으로 위기를 맞은 마리를 연기한다.

이날 송중기는 "오랫동안 준비했던 작품이다. 이 '로기완'은 유독 이 작품 만의 정서가 있기에 더욱 긴장이 된다. 예쁘게 봐달라"라면서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제가 맡은 기완은 삶이 끊어진 것 같은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로 떠난 인물이다. 힐링이 있는 이야기"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극중 캐릭터 설정으로 인해 송중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투리를 구현해야 했다. 이를 두고 송중기는 "부족한 배우 입장에서 해보고 싶었던 부분이었다. 개인적으로 신선해지고 싶었다. 제겐 굉장히 재밌는 시도였고 만족했다"라고 전하며 새로운 변신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수정을 많이 하셨고 그 과정을 지켜봤다. 감독님은 굉장히 순수한 분이다. 그 부분이 기완에게 이입이 됐고 자연스럽게 인물에 스며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사투리를 하는 것은 송중기에게 부담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걱정하게 했던 것은 해외촬영이었단다. 이를 두고 송중기는 "제가 걱정했던 것은 로케이션이었다. 저는 해외 촬영을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김 감독님이 이를 다 소화하셔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라고 칭찬했다.

함께 자리한 김 감독은 "송중기가 흔쾌히 해준다고 했을 때 벅차올랐다. 북한 말의 사용이나 외적인 부분이 인상 깊다. 워낙 오래 활동하시면서 다채로운 모습이 있지만 저희 영화만의 새로운 얼굴이 있다. 너무나 처연해서 안아주고 싶고 또 너무 서늘해서 얼어붙고 싶은 얼굴이다. 시청자들이 붙잡고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송중기의 팬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최성은을 만났을 때 배우의 고요함이 있었다"라면서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첫 촬영을 두고 송중기는 "최성은과 첫 만남이 생각난다. 그때 저는 이미 스태프들과 호흡을 맞췄고 최성은은 첫날이었다. 다들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미술 감독님이 '화양연화' 같다는 말을 하셨다. 그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라고 회상했다.

두 사람의 호흡은 어땠을까. 송중기는 "최성은이 나오는 영화 '시동' 현장에 제가 놀러간 적이 있었다. 제가 머리가 긴 가발을 쓰고 있어서 쑥스러웠다. 당시 마동석도 이상한 가발을 쓰고 있어서 용기를 내 같이 밥을 먹었다. 그때 최성은은 말수가 없었다. 나중에 '시동'을 보고 깜짝 놀랐다. 또 드라마 '괴물'에서 너무 놀랐다. 현장 속 최성은의 에너지는 유니크하다. 그 에너지가 이 독특한 캐릭터가 한국 영화 계에서 자랑스러워 할 만한 인물이라고 건방지게 이야기 해본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최성은은 "송중기 선배님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 제가 본 송중기 선배님은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고민한다. 송중기 오빠와 호흡을 하는 과정에서 맞지 않으면 바로 말을 하더라. 끝내 설득하는 모습을 배우고 싶었다. 보석처럼 빛나고 또 단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언급했다.

그동안 꽃미남으로 주목받았던 송중기이기 때문에 난민 설정에 대한 싱크로율 질문도 나왔다. 이에 김 감독은 "살던 곳을 떠난 이방인의 미모가 송중기라면 오히려 좋았다. 기완이 이런 눈빛으로 바라본다면 마음이 움직여졌다. 송중기 미모 덕을 봤다"라고 답하며 훈훈함을 자아냈다.

한편 '로기완'은 오는 3월 1일 공개된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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