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입학정원 확대와 더불어 추진하는 '의대 지역인재 선발 60% 확대' 방침을 두고 지방 의대 사이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거주지와 가까운 의대를 졸업하면 진료 활동 본거지도 해당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통계로 미뤄볼 때 지방 의대가 지역 고교 출신을 많이 뽑으면 지역의료 강화에 보탬이 된다는 게 정부의 계산. 이런 정책 취지에 공감해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대폭 늘리려는 대학도 없지 않지만, 지방 의대 상당수는 우수 학생을 선발하는 데 제약이 있고 애써 교육해도 서울로 인재를 빼앗길 거라고 우려한다.
2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높이기 어렵다는 의대들이 우선적으로 꼽는 원인은 지역 간 '인재풀' 차이다. 특히 고3 수험생 수가 적은 지역에선 지역 출신 입학생 비율을 60%로 맞추는 데 무리가 따른다는 말이 나온다. 현행 법령(지방대육성법 시행령)도 이런 차이를 반영해 비수도권 의대의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40% 이상'으로 정하되 학생 수가 적은 강원과 제주는 '20% 이상'으로 예외를 뒀다는 것. 그럼에도 강원의 경우 지역 내 고3 학생 수 대비 의대 지역인재 선발 인원 비율이 0.6%로 호남권(0.7%)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인재 선발을 무작정 늘리면 의대생 실력이 떨어진다고 우려하는 대학도 있다. 지방 사립 A대 본부 관계자는 "의대가 있는 대학들이 수시에서도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높게 두는 이유는 의사 국가시험 때문"이라며 "국시 합격률이 낮아지는 건 대학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의대 합격선 하락이 의사 양성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는 대학도 있다. 제주대 의대는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50%에서 2029학년도 70%까지 올리고, 올해 입시부터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두지 않는 수시 전형을 신설한다.
지역인재의 '권역 제한'을 풀어 인재풀을 넓힐 수 있게 해달라는 제안도 나온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경북대가 있는) 대구는 고3 학생 수가 4만 명 정도인데 비해 부산은 7만 명에 달하고, 이는 부산 지역 의대들이 지역인재를 많이 뽑을 수 있는 배경"이라며 "지역인재 권역 제한을 푸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현행 법령은 비수도권을 △충청 △호남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강원 △제주 등 6개 권역으로 나누고 각 권역에서 지역인재를 선발하게 하고 있는데 이를 통합하자는 것이다. 홍 총장은 이달 8일 교육부 차관과 의대를 둔 40개 대학 총장의 간담회에서도 정부에 권역 통합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애써 지역인재로 의대생을 뽑아도 취업은 서울로 하는 현상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수도권 의대가 입학정원과 지역인재 선발을 늘려도, 전공의 정원을 함께 늘리지 않으면 의대 졸업생들이 서울로 '흡수'될 거라는 것이다. 홍 총장은 "경북대는 의대 입학정원이 110명인데 경북대병원의 수련의 정원은 90명쯤"이라며 "여기서 입학정원만 늘리면 수련을 받으러 서울로 가라는 얘기나 다름없다"라고 지적했다.
의대는 지방에 있지만 서울에 협력병원을 두고 임상 실습 등 수업을 진행하는 '무늬만 지방 의대' 문제도 있다. 이들 대학이 지역인재 선발을 늘려도 지역의료 환경이 개선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의대가 있는 지방 사립대 18곳 중 9곳(한림대 울산대 순천향대 등)은 수도권에 부속병원이나 협력병원을 두고 있다. 수도권에서 교육이나 수련을 받은 지방 의대생 다수는 수도권에 취업했다. 2021년 의대 졸업생 가운데 수도권에 취업한 비율은 한림대 79.5%, 울산대 76.3%, 순천향대 75.9%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