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대응 강조하지만... 정부 입김 밖 대외 변수에 재탕만

입력
2024.02.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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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처 장·차관 모여 물가 논의
출하·할인 지원, 가격 인상 점검 
대응 카드 마땅치 않아 대책 반복

경기 회복을 가로막는 물가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정부도 물가안정대책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물가 불안 원인이 정부 입김이 닿지 않는 대외 변수인 터라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물가안정 관련 경제현안 관계장관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국토교통부 장관과 산업통상자원부‧행정안전부 차관,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등 물가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부처의 장‧차관이 모두 참석했다.

이들은 간담회에서 “과일 가격 강세가 계속되고 휘발유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는 등 물가 불안 요인이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 부총리가 ‘경제현안 관계장관 간담회’를 연 건 취임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물가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뜻이다.

정부가 꺼내 든 카드는 할인 지원과 세제 혜택, 가격 부당인상 점검 등이다. 우선 26일부터 2주간 청양고추‧오이‧애호박 농가에 ㎏당 1,300원의 출하장려금을 신규 지원한다. 가격이 크게 오른 대파에 대한 납품단가 지원(㎏당 500원)도 계속한다. 대파 1㎏ 평균가격은 3,356원(21일 기준)으로 평년보다 54.2% 뛴 상태다.

다음 달 말까지 과일수입업체에 관세 인하 물량 2만 톤을 추가 배정하고, 300억 원을 들여 사과‧배‧토마토 등 과일류와 오징어 대상 할인 지원에 나선다. 중급 물오징어 1㎏ 가격(1만7,125원‧21일 기준)은 평년 대비 47.8%, 후지 품종 사과 10㎏(8만8,460원)은 110.5% 가격이 치솟았다.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두 달 연장한 정부는 휘발유‧경유 등 석유류 제품 가격 안정을 위해 이날부터 한 달간 ‘범정부 석유시장점검단’도 가동하기로 했다. 상반기 공공요금은 동결하고, 지방자치단체의 물가안정노력을 평가해 특별교부세 등 재정도 차등 배분한다.

모두 이전에 내놨던 대책과 엇비슷하다. 앞서 지난해 9월 정부는 물가·민생 점검회의를 통해 유가동향 점검, 할당관세 물량 확대, 지자체별 차등 재정 배분 등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해 3월에는 비상경제민생대책회의에서 닭고기‧대파‧무 등 7개 품목에 대한 관세율을 낮추기로 했다.

비슷한 대책을 되풀이하는 건 물가를 들썩이게 하는 대외 변수에 대응할 카드가 마땅치 않아서다. 대파만 해도 지난해 집중호우‧폭염, 겨울 폭설에 따른 생육 부진으로 값이 급등했다. 국제유가는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 고조와 산유국의 추가 감산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을 수 있다”(씨티은행)는 전망까지 나온다. 기후변화나 국제유가 여파로 널뛰는 물가를 정부 대책만으로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하긴 어렵다”며 “결국 국제유가가 잡혀야 물가도 안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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