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9회 연속 동결했다. 고물가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여전하고 미국 금리인하 예상 시점도 미뤄지고 있어서 긴축 유지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현행 3.5%로 유지하겠다고 결정했다.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던 지난해 1월을 마지막으로 금리를 동결해 왔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에 재진입했으나 농산물, 특히 과실류를 중심으로 소비자 체감도가 높은 먹거리 물가는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생산자물가 기준, 지난해 12월 딸기는 전월 대비 154.1%, 지난달 감귤은 48.8% 가격이 치솟았다. 중동 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월평균 가격은 지난해 12월 배럴당 77.33달러에서 지난달 78.85달러로 한 달간 2%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것도 한은이 금리를 섣불리 내릴 수 없는 이유다.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선반영해 주요 시중은행 주담대 혼합형 금리가 연 3%대 초반으로 떨어지자, 지난달 은행 주담대 증가폭은 역대 1월 통계 중 두 번째로 컸다. 게다가 미국 금리인하 예상 시기가 올해 하반기 이후로 미뤄지고 있다. 현재 한미금리차는 역대 최대인 2%포인트로 벌어져 금리차 추가 확대는 한은 입장에서 부담이다.
한편, 이날 한은은 올해 연간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을 각각 2.1%, 2.6%로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전망을 유지한 것이다. 한은은 지난 전망에서 내수 부진을 수출이 상쇄할 것으로 보고 지난해(1.4%) 대비 높은 성장률 전망을 내놨다. 물가의 경우, 예측이 어려운 만큼 지난 전망을 유지하며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