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절도범' 가중처벌 다시 재판하라는 대법, 왜?

입력
2024.02.2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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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 아닌 강도죄 누범... 특가법 적용 불가"

강도미수 혐의로 유죄 판단을 받은 후 누범기간(형 종료 또는 면제 후 3년)에 절도죄를 저지르면 상습절도를 누범 가중처벌토록 규정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특가법상 절도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지난달 25일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에 돌려보냈다.

이씨는 2022년 9월 서울 서대문구의 한 대학 과방에 침입해 현금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씨에게 "절도 등 혐의로 3번 이상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누범기간 중 미수를 포함한 동종 범죄를 또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할 수 있다"는 특가법 조항을 적용했다. 앞서 이씨가 2007~2015년 3차례 절도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했고, 2018년 10월에도 절도와 준강도미수 혐의로 징역 2년이 확정돼 복역한 사실이 근거가 됐다.

하급심에선 검찰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징역 1년 2개월이 선고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는 동종 범행으로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을 뿐 아니라 누범기간 중에도 재범한 사정까지 고려하면 피고인의 행위에 상응하는 처벌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이씨가 2018년 저지른 범죄 중 준강도미수 혐의에 대해선 유죄 판단을 받았으나, 절도 혐의는 무죄를 선고받은 점에 주목했다. 그가 재차 절도 범죄를 저지른 시점(2022년 9월)은 절도죄가 아닌 강도죄의 누범 기간이었기 때문에 특가법상 누범 가중처벌 조항과는 무관하니, 일반 형법에 따라 처벌 받는 게 옳다는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준강도미수죄는 형법 329조부터 331조까지의 죄(절도) 또는 그 미수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며 "원심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 관계자는 "특가법이 아닐 뿐 일반 형법으로도 누범기간 범죄를 가중처벌할 수 있는 만큼 파기환송심에서 형량이 깎일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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