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대신 학폭 대응... 전담조사관 1955명 새 학기 투입

입력
2024.02.20 17:50
정부 위촉목표 2700명에는 못 미쳐
교총 "적은 인원으로 감당할 수 있나"

교사를 대신해 학교폭력 사안 조사를 전담할 조사관이 1,955명 위촉돼 3월부터 교육 현장에 투입된다. 교단의 기피 1순위 업무를 전직 경찰관, 퇴직 교원 등에게 맡겨 교사들이 관련 업무와 민원 처리 부담을 덜고 학생 교육에 집중하게 한다는 취지다.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학교폭력 전담조사관(공식 명칭 '학교폭력 조사·상담 관련 전문가')으로 총 1,955명을 산하 교육지원청에 배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새 학기부터 관내 학교 안팎에서 발생한 모든 학폭 사건에 대해 조사 업무를 처리하게 된다. 전담조사관 제도 운영 근거를 담은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 개정안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번에 위촉된 전담조사관 인원은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밝힌 목표 인원 2,700명의 72.4% 수준이다. 교육부는 연간 학폭 발생 건수(지난해 6만2,052건)를 감안해 전담조사관 1인당 월 2건을 처리하게 한다는 계산으로 목표치를 세웠다.

학교 현장에서는 조사관 수가 부족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서울만 봐도 2022년 기준 학폭 건수가 6,742건인데 188명만 위촉됐다"며 "적은 인원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해숙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관은 "새 학기부터 학폭 사건이 대거 발생하지 않아 충분히 운영 가능하다"며 "상반기에 추가 위촉이 있을 것"이라 말했다.

개정 시행령에 전담조사관의 역할과 요건, 수당 지급 등 세부 사항을 교육감이 정하도록 위임한 것을 두고도 우려가 제기된다. 교원단체는 "국가적 제도임에도 법적 근거가 모호하다"라며 "지역별 편차가 발생할 수 있고 지역 여건에 따라 임의로 전담조사관을 채용하거나 역할을 변경할 여지가 있어 제도 운영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미한 학폭 사안까지 전담조사관이 추궁한다면 비교육적일 수 있어 화해·중재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이 정책관은 "(우려를 표명한) 교육감들과 제도 개선과 관련해 계속 논의할 것"이라 말했다.

한편 이번 개정령에는 법률·상담·보호 등 학폭 피해 학생이 원하는 서비스를 파악해 지원 기관과 연계하는 '피해학생 지원 조력인'(전담지원관) 제도를 신설하는 내용도 담겼다. 전담지원관 자격 요건은 △사회복지사 △전현직 교원과 경찰공무원 △교육감·교육장이 청소년 보호 경험이 풍부하다고 인정한 사람으로 정해졌다. 또 사이버 학폭 피해 지원 규정도 마련돼 피해 학생에게 교육부가 상담, 피해정보 수집, 촬영물 삭제 여부 확인·점검 등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손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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