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유력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6일 돌연사한 러시아 반체제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해 첫 발언을 내놓았다. 자신이 받고 있는 재판을 나발니의 죽음과 연결 지었다. 정치적 탄압의 희생양임을 주장하는 취지로 풀이된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나발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미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갈수록 나에게 자각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그는 "모자란 급진 좌파 정치인과 사법부는 우리를 점차적인 쇠락의 길로 이끌고 있다"며 "뚫린 국경과 조작된 선거, 불공정한 판결이 미국을 파괴하고 있다. 우리는 쇠락 중인 실패한 나라"라고 주장했다.
폴리티코는 "나발니 사망 72시간 만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첫 언급을 내놓았지만 누구를 비판하지도, 애도를 표하지도 않았다"며 "그는 다만 나발니의 죽음을 자신의 재판과 연결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발니 사망 이후 사흘간 침묵하다 18일 트루스소셜에 '바이든:트럼프::푸틴:나발니'라는 제목의 미국 보수 매체 TIPP 인사이트에 실린 사설을 그대로 게시했다. '푸틴의 최대 정적'으로 꼽혔던 나발니가 조작된 범죄로 기소돼 투옥됐으며, 바이든 대통령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의회 난동 사태 가담' 형사 기소 등으로 동일한 일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일한 당내 경선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나발니 사망 직후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남다른 '브로맨스'(브라더+로맨스)를 부각하며 비판에 집중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전날 미국 ABC방송에서 "트럼프는 푸틴이 나발니의 사망에 책임이 있다고 보는지 답해야 한다"며 "푸틴이 정적을 죽인 것이 멋지다고 생각하든,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든, 어느 쪽이든 큰 문제"라고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