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개 의대 학장, 증원 반대 가세… "학생 불이익 안 받게 모든 조치"

입력
2024.02.1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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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교육 부실화 우려... 적정 규모는 350명
"지난해 수요조사 당시 무리한 증원 요구 유감"
의대생 동맹휴학엔 "순수함·진지함 이해" 두둔

전국 40개 의대 학장이 "의학 교육 부실화가 우려된다"며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의대생 동맹휴학 움직임에는 공감을 표하면서 "제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전원협회(KAMC)는 19일 종로구 서울대 의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협회는 "정부 원안대로 집행된다면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우리나라 의학교육 수준이 후퇴될 것"이라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계획을 철회하고, 의료계와 장기적 의료체계 수립 전략하에서 의사인력 충원을 재조정하자"고 요구했다.

협회는 증원 반대 이유로 의학 교육 부실화를 내세웠다. 신찬수 이사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증원이 현실화된다면 향후 입학할 신입생과 기존 재학생까지 부실교육 여파가 미칠 것"이라며 "기초의학 교수들이 부족한 상황에서 2,000명을 수용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내년도 입학생 증원 적정치로는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 의정 합의에 따라 감축된 350명을 제시했다. 신 이사장은 "단기간에 의학 교육 자원을 확보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20여 년 전 감축된 정원만큼은 지금 당장 늘려도 교육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직전에도 350명 증원이 적정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학장들이 제시한 증원 규모가 지난해 11월 정부가 40개 의대를 상대로 진행한 수요조사 결과와 크게 차이가 나는 점에 대해선 "무리한 희망 증원 규모를 제출한 것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당시 의대들은 2025학년 입학 정원을 총 2,151∼2,847명 증원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신 이사장은 "각 대학이 의대 정원의 총합보다는 학교의 미래나 위상을 우선적으로 고려했고, 경우에 따라선 의대가 아닌 학교 본부가 수요조사에 참여해 의대 측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점도 있다"고 해명했다.

협회는 의대생들의 동맹휴학 결정에 대해 "학생들의 순수함과 진지함을 충분히 이해하고 요구도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성명에 담았다. 신 이사장은 "학생들의 미래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휴학을 만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의사표현 수단이 동맹휴학 말고는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며 불가피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학장들은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신 이사장은 "개학을 연기하거나 학업 커리큘럼을 조정해 학생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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