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 핵연료, 원전에 보관 말라"... 인근 주민들 집단소송 2심도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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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5 16:15

처리 시설을 만들기 전까지 핵폐기물을 임시로 원전 부지 내에 보관하도록 하는 정부 계획에 반발한 원전 인근 주민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에서 연속 패소했다.

서울고법 행정9-2부(부장 김승주)는 전국 원전 부지 인근 거주 시민 1,166명이 원자력진흥위원회(원진위)를 상대로 낸 '제2차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 기본계획 무효확인' 소송에서 15일 원고 항소를 기각했다.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는 원진위는 원자력의 이용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이 위원회는 2021년 12월 이번 소송의 대상이 된 계획안을 의결했다. 이 계획안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열 발생량이 ㎥당 2㎾, 반감기 20년 이상인 알파선을 방출하는 핵종으로 방사능농도가 그램당 4,000베크렐 이상)에 관한 것인데, 국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대부분 사용 후 핵연료다. 13년 안에 중간저장시설 및 영구처분시설을 위한 부지를 확보하고 이후 7년 내에 중간 시설을, 그로부터 17년 안에 영구 시설을 짓는 게 이 계획의 골자다. 다만 부지 확보 때까지는 현재 원전 부지에 고준위 폐기물을 보관하도록 했다.

이 계획이 나오자 전국 원전 근처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사실상 몇 십년 동안 핵폐기물을 보관하게 될 것"이라면서 "의결 전 정부는 공청회 등 주민 의견 수렴 절차 조차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1심은 그러나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각하 판결했다. 시민들이 문제를 제기한 의결 과정은 행정청의 내부 절차일뿐, 행정소송의 대상인 '행정처분'이 아니라는 취지다. 지방자치단체로는 유일하게 소송에 참여했던 삼척시는 중도에 항소를 취하했고 시민들만 항소심을 계속 이어갔지만, 이번에도 법원은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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