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해경 퇴거 조치로 중국 어민 2명 사망... 중국 "대만 집권당 탓"

입력
2024.02.15 16:00
대만해협 긴장 고조 속 '이례적' 사고 발생
대만 "깊은 유감... 법 집행엔 잘못 없었다"
내주 '대중 강경파' 갤러거 미 의원 대만행

대만 인근 해역에서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 어민들이 퇴거 과정에서 물에 빠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은 독립주의 성향인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거친 대응을 문제 삼고 나섰고, 대만은 인명 피해엔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법 집행상 잘못은 없었다'고 대응했다. 양안(중국과 대만) 간 긴장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중국 어선, 도주 중 전복... 물에 빠진 2명 숨져

15일 대만 중앙통신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쯤(현지시간) 대만 진먼 해역에서 조업을 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어선 1척이 대만 해양경비대에 발각됐다. 경비대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도주하던 중, 어선이 전복되면서 중국인 선원 4명도 물에 빠졌다. 경비대는 이들을 전원 구조했지만, 2명은 병원 이송 뒤 사망했다.

중국 어민들의 대만 해역 불법 조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만 당국 통계를 보면, 지난해 1~9월 대만 해경이 퇴거시킨 중국 어선은 650여 척에 달한다. 다만 과정에서 어민이 숨지는 사고까지 일어난 건 이례적이라고 명보는 전했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주펑롄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전날 성명을 내고 "춘제(중국의 설) 연휴 기간 양안 동포의 감정을 심각하게 해친 악성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대만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주 대변인은 "수년간 우리는 '양안 동포는 한 가족'이라는 생각에 따라 대만 어민들에게 대피·구조· 보급 등의 서비스를 지원해 왔다"며 "반면 민진당 당국은 각종 핑계로 본토(중국) 어선을 조사· 나포했고, 난폭·위험한 방식으로 본토 어민들을 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이번 사건의 주요 원인"이라며 "진상을 규명하고 사망한 어민 가족에 대한 사후 조치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대만 새 총통 취임 앞두고 양안 갈등 격화할 듯

대만 당국은 사실상 중국 정부의 책임을 지적했다.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중국 어민들의 불행한 일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다만 중국 관련 부처가 자국 주민 단속을 강화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1차 조사 결과, 해양경비대 인원들의 법 집행 절차상 잘못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지난달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의 차기 대만 총통 당선 이후 대만해협 긴장감이 더 고조되는 시점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양안 갈등을 격화시킬 공산이 크다. 중국은 라이 당선인을 '위험한 분리주의자'라고 비난하면서 "대만 독립이라는 '레드 라인'을 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 왔다. 5월 20일 그의 총통 취임을 앞두고 중국이 대만을 겨냥한 공세를 강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미국 하원 내 대표적인 '대(對)중국 강경파'로 꼽히는 마이크 갤러거 하원의원(위스콘·공화)이 오는 21일 대만을 찾아 라이 당선인을 만날 예정이다. 중국은 미국 정부 관리 및 유력 정치인의 대만 방문 때마다 날 선 반응을 드러내 왔다. 갤러거 의원의 대만행 전후 대만해협 인근에서 중국군의 대규모 군사 시위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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