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세종교육, 세종 떠나는 이유 아닌, 세종 찾는 이유로 변신 중"

입력
2024.02.20 04:30
최근 10년 간 '전국 유일' 학생 성적 지속 향상
'입시 전학생' 절반 감소...학부모 불안 '안정화'
'관계중심 교육' 효과...학폭 24% 감소 '역주행'
"급식도 제공...학력강화 방학 성장 정책 추진"
"국가 균형발전 위해서도 세종교육 성공해야"

지난해 세종시 인구 증가세는 크게 둔화했다. 출범 첫해이던 2012년 11만 명에서 매년 1만~4만 명씩 늘어 2022년 38만3,591명까지 기록한 주민등록 인구는 지난해 38만6,525명으로 2,934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세종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공정률 60%)이 한창인 점을 고려하면 처참한 숫자다. 여러 배경이 거론되지만, 교육 문제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초등학교 4학년까지 멀쩡하게 다니던 아이들이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서울과 대전으로 빠지고, 학교는 학급 수를 줄이는 게 단적인 예다. 이런 장면은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도 반복된다.

이에 대해 최교진 세종시 교육감은 “최근 5년 사이 입시를 앞두고 전학 가는 최상위권 학생 수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초기에 관찰되던 학부모들의 불안도 많이 안정되는 등 세종 교육이 서서히 자리를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교육 수도 세종’ 구호 아래 교육 기능이 강화된 돌봄교실 운영, 고교학점제에 유리한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 신설 등 각종 교육 정책을 선도하고 있는 그를 지난 7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학 나가는 학생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해도 여전히 한 학교에서 4, 5명은 서울 대전 등지로 떠난다는 이야기인데.

“그 숫자가 크게 줄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관내 고등학교가 5년 사이 15개에서 20개로 늘고, 학생 수도 그만큼 늘어난 상황에서 유출 학생이 줄었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다. 세종시가 완성되는 2030년엔 교육 때문에 세종을 떠난다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기반을 다지고 있다.”

-올해 10년째 교육감을 맡고 있다. 그간의 성과를 꼽는다면.

“학교폭력이 줄었다는 점이다. 2023년 16개 시도 교육청이 공동 시행한 학교폭력 실태 조사에서 전국적으로 학교폭력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세종은 예외다. 학교폭력피해 응답률이 전년 대비 23.8%나 줄었다. 사소한 갈등에서 폭력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학생들에게 ‘관계 중심의 생활 교육’을 2016년부터 시행한 결과로 본다. 평준화 교육 정책 기조 속에서도 전체 학생들의 성적 향상을 끌어낸 것도 성과다.”

-학생들의 성적이 어느 정도 올랐나.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니 최근 10년 동안 꾸준하게 성장한 것은 세종시가 유일했다. 2023학년도 수능의 경우 1등급(3.6%), 2등급(5.5%) 비율이 대전(3.2%, 5.2%)을 넘어섰고, 대구(3.7%, 5.6%)와 대등한 수준이다. 거의 모든 일반고에서 서울대 등 국내 최상위 대학은 물론, 의예과 등 최고 인기 학과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나오고 있다.”

-학부모들은 서울 강남 8학군 수준의 학교와 교육을 원한다.

“그건 우리의 상향 평준화 정책에 맞지 않다. 특목고, 자사고 같은 학교를 몇 개 만들면 전체 교육이 흔들린다. 소득과 학력 수준이 타 지역보다 높은 세종시 학부모들의 기대 수준엔 아직 못 미칠지 몰라도 상향 평준화 정책 성과가 나타나고 있고, 또 기본 교육에 역점을 두고 있는 만큼 세종시 교육은 더 성장하게 될 것이다.”

-세종 교육 문제를 국토 균형발전의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큰 책임감을 느낀다. 교육이 우리 사회의 각종 문제, 불균형의 중심에 있다. 교육 좋은 곳에 사람이 몰리고, 인력 많은 곳에 자본이 따라붙고, 늘어난 기업은 또 다른 지역의 인재까지 빨아들인다. 세종시 교육이 성공해야 세종시가 성공할 수 있고, 세종시가 행정수도로 자릴 잡아야 국토균형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일을 보고 있다.”

-올해 주요 업무 계획으로 기본학력 강화를 내세웠다.

“방학 중 아이들 성장 지원과 함께 추진할 주요 정책이다. 학교에서 보면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는 아이들이 크게 두 분류로 나뉜다. (너무 앞서가서) 수업이 재미없거나, 선생님 말씀을 못 알아듣는 경우다. 전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후자는 전적으로 학교와 우리 책임이다. 수학 과학도 그렇고 문해력 등 기본을 갖추지 못한 아이는 결국 세상을 살아갈 힘을 기르지 못하게 된다. 그걸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정밀한 진단을 통해서 맞춤형 다중 지원을 하고, 모든 학생에게 언어, 수리, 디지털 소양 등 최소 학력을 촘촘하게 보장할 것이다.”

-방학 중 성장 지원은 무엇인가.

“학력 격차 문제는 전국의 학교가 학기 초마다 대응하고 있지만, 문제는 방학이다. 그 한두 달을 지나고 보면 그 노력의 결과가 제자리로 돌아간다. 학업에서 손을 놓는다는 의미의 방학이지만, 시대 분위기에 맞춰 방학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재해석했다. 초등학교의 경우 학생 절반이 방학 때도 학교에 와서 다양한 활동을 한다. 방학 때도 점심을 제공하면서 각 활동을 더 내실 있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조리 교사들의 반발도 있고, 추가적인 인력과 예산이 따라야 하는 문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줄어드는 등 여건은 나쁘지만 방법을 찾고 있다. 겨울 방학 기간 10개 초등학교에서 점심을 제공하면서 다양한 경험과 배움을 지원하는 시범 사업을 하고 있다. 조리사ㆍ영양사 선생님이 직접하거나, 그걸 또 인근 학교 두 곳이 공동으로 하기도 하고, 어떤 곳에서는 협동조합에 위탁한 경우도 있다. 올여름 방학 때는 참여 학교를 2, 3배 더 늘려서 누군가가 완전히 희생하지 않더라도 지속 가능한 모델을 찾겠다. 머리를 맞대면 답이 나올 것이다.”

-올해 세월호 참사 10주년이다. 노란 리본을 뗄 때도 됐다는 의견들이 있다.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도 그랬고, 참사 이후 있었던 각종 논란으로 노란 리본을 불편하게 보는 시각이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감을 하는 동안에는 우리 아이들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는 자기 다짐이다. 안전한 학교와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인데, 그걸 인정해 주지 않을 사람은 없다고 본다. 다시는 세월호, 이태원 참사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더 노력하겠다."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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