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혼인 관계이면서도 1개월 이상 성관계를 하지 않고 지내는 ‘섹스리스 부부’의 비율이 6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남성의 성에 대한 관심이 다른 세대에 비해 두드러지게 낮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콘돔 등 성인 의료용품 제조사인 ‘젝스’의 의뢰를 받아 일본가족계획협회가 지난해 11월 일본의 18~69세 남녀 5,029명을 대상으로 인터넷을 통해 성 실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7일 보도했다. 2012년 처음 시작된 이 조사는 이번이 5회째로, 직전 조사는 2020년에 이뤄졌다.
산케이에 따르면 배우자가 있는 응답자 중 ‘1개월 이상 부부간 성관계가 없었다’고 답한 비율은 64.2%였다. 직전 조사 때의 51.9%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조사를 담당한 가족계획협회 회장이자 산부인과 의사인 기타무라 구니오는 “혼인 관계인 사람들의 섹스리스 비율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선 응답자의 최종 학력도 조사했는데, 대학원 졸업자(53.4%)와 해외 대학 졸업자(12.9%)는 평균보다 섹스리스 비율이 낮았다.
혼인 여부와 무관하게 ‘성관계 경험이 없다’고 대답한 비율도 직전 조사보다 늘었다. 남성은 13.3%에서 19.2%로, 여성은 9.4%에서 16.5%로 각각 상승했다. 특히 20대 남성의 경우, 51.7%에 달해 절반을 넘었다.
젊은 남성들은 아예 성관계를 하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섹스를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한 남성은 30~60대에선 모두 세대별로 80%를 넘었으나, 10·20대 남성은 63.4%에 그쳤다. 기타무라는 “젊은 남성은 성에 관심이 있는 층과 없는 층으로 양극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초식화’를 넘어 ‘절식(단식)화’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초식화란 일본의 젊은 남성이 연애나 성에 소극적인 성향을 가리킨다. 2022년 일본 내각부 조사 때도 20대 남성의 39.8%가 ‘데이트해 본 적이 없다’고 대답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런 경향의 원인으로는 △젊은 남성의 경제적 빈곤 확대 △연애에 대한 태도 변화 △소셜미디어와 게임 동영상 등 혼자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발달 △코로나19에 따른 대면 만남의 기회 감소 등이 거론돼 왔다. 기타무라는 “현대는 동영상 등 성적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인 탓에 이 정도로 충분히 만족하고 사람과의 접촉을 귀찮아하는 젊은이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