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5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대화와 외교의 공간을 열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자유의 북진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자유의 북진정책'은 북한 주민들의 정보 접근성 강화, 북한 인권 개선 문제 공론화, 대북 선전·심리전 강화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김 장관은 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4대 연구원장 신년 특별좌담회'에서 "북한은 민족과 통일 개념을 폐기하고 남북 간 단절을 꾀하고 있지만, 정부는 헌법 3·4조를 바탕으로 통일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자주' '평화통일' 등의 표현을 헌법에서 삭제하기로 하면서 김일성·김정일 두 선대 지도자의 유훈을 버린 것과 관련해 "이로 인해 북한 내부에 이념적 공백,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 △핵전쟁 공포로부터의 자유 △연대의 자유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적 자유 △평화통일을 통한 자유의 실현 등 4가지 자유의 관점에서 대북 정책을 수립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이 실질적 핵 위협에 직면해 있음에도 비확산 규범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폐기를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좌담회에는 김천식 통일연구원장, 박철희 국립외교원장, 한석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박영준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장이 참석해 올해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환경 평가와 윤석열 정부의 한반도 전략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박철희 원장은 현 국제 정세의 특징으로 △미국 중심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세력과 다극화로 재편하려는 세력의 경쟁 가열 △상호 의존을 무기화하는 국제 경제 질서 변화 △국제기구와 다자주의 효용성 약화를 꼽았다. 이어 특히 올해는 미국과 러시아 대선, 한국 총선을 비롯해 76개국에서 42억 명이 투표하는 '슈퍼 선거의 해'인 만큼 우리나라의 정세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글로벌 선거에 첨예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천식 원장은 북한의 핵 공격 위협이 많이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면서 "전쟁 위기 조성을 통해 한미 관계를 이간시킬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분석했고, 박영준 소장은 미국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반도 전쟁 위기론'에 대해 "북한이 핵 전력에서 앞서고 있지만, 군사 태세를 볼 때 전쟁을 도발할 수 있는 능력은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