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형 전고운 감독의 신작 'LTNS'는 불륜 커플을 추적하지만 결코 정의 구현이나 권선징악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인간 내면의 입체적인 면을 조명하면서 다채로운 논쟁 거리를 던진다.
5일 임대형 전고운 감독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달 19일 첫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는 현실에 지쳐 삭막해진 부부가 불륜 커플을 쫓아 인생 역전을 꾀하는 파격적인 스토리를 담았다. 섹스리스 부부가 서로 함께 불륜의 흔적을 좇으며 부부의 관계성을 철저하게 파헤지는 과정이 유쾌하게 그려졌다. 영화 '윤희에게'로 독보적인 영상미를 보여준 임대형 감독과 '소공녀'로 현실을 반영한 코미디를 선사한 전고운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이날 임대형 감독은 "혼신의 힘을 다한 작품이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기쁘다", 전고운 감독은 "시원섭섭한 마음이다. 비로소 백수가 됐다"라고 말을 했다. 전 감독은 "4회까지 썼을 때 결말을 몰랐다. 캐릭터 디벨롭이 항상 어렵다. 캐릭터를 따라서 썼기에 결말을 몰랐다"라고 말했다. 두 감독은 토론을 거듭하면서 고민을 이어갔고 이야기의 완성도는 그만큼 높아졌다.
임 감독은 "우진과 사무엘 두 인물의 행동이 이해가 간다. 도덕적으로는 잣대를 들이밀면 잘못된 행동이지만 이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했는지 뿌리를 살펴본다면 둘 다 사정이 있다. 사람들은 다 실수를 한다"라고 짚었다. 전 감독은 "우열을 가리려고 하는 이야기다. 우리는 '다 나쁜 면이 있다'라는 것을 조명했다"라고 언급했다.
미혼인 임 감독과 기혼인 전 감독은 결혼 제도를 경제와 가정 공동체라는 시각으로 접근해 해학적으로 풀어냈다. 특히 블랙코미디 장르 특성상 결혼 제도에 대한 풍자도 곁들여졌다. 극의 엔딩이 우진과 사무엘이 결혼이라는 족쇄를 떠나 다시 원초적인 관계로 재회하는 장면으로 꾸며진 이유다. 결혼 제도에 대한 풍자가 이 작품의 주 골자다. 전 감독은 "'LTNS'의 소재처럼 다양한 가족 형태가 많아지면 좋겠다. 만약 그런 자유로운 관계 속에서 출산을 하면 어떨까. 우리 사회 속 경직된 느낌이 더욱 풀린다면 어떨까. 여가부에서 좋아할 내용이 아닐까"라면서 유쾌한 농담을 건넸다.
성별이 다른 두 감독이 만났고 장기 연애, 부부에 대한 설정이 초기 기획 단계에서부터 잡혔다. 임 감독은 첫 기획을 떠올리며 "부부 설정이 흥미롭진 않았다. 이 이야기가 동시간대 이야기일까 고민에서 범죄 코미디 장르로 풀어보자는 생각이 들면서 흥미가 생겼다"라고 지금의 이야기가 완성된 과정을 짚었다. 다만 처음부터 19세 이상 관람가 드라마로 설정된 것은 아니었다. 두 감독은 표현의 자체적인 검열을 자제하면서 더욱 과감하게 글을 써 내려갔다.
특히 두 감독은 OTT 시리즈인 만큼 1회부터 고도의 자극성을 내세우면서 구조적인 전략을 노렸다. 첫 회부터 과감한 애정씬이 담겼고 농도 짙은 수위를 담았던 이유다. 1회부터 4회까지 추적극이 다뤄지면서 유쾌한 웃음을 선사했다면 5회부터는 다소 무게감이 가미돼 이야기가 시작된다. 임 감독과 전 감독은 시청자들이 장르적 변화에 낯섦을 느낄까 봐 톤 조절을 조절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런가 하면 작품 속 자동차 번호판부터 아파트 동 등이 특정 숫자들로 구성돼 팬들의 재미 요소를 더했다. 이를 두고 임 감독은 "대사 하나하나, 사소한 아이디어까지 회의를 했다"라면서 전 감독은 "연출팀들이 와서 아무 의미 없는 숫자를 쓰고 싶고 싶지 않았다. 그것까지 알아봐 주실 줄 몰랐다"라고 웃음을 자아냈다. 전 감독은 "'시그니처'가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첫 화부터 비호감이 생길 수 있었다. 저는 우리 사회에서 호불호가 양산되는 콘텐츠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다양성이 늘 것"이라면서 "''LTNS'에서는 극중 주인공들이 불륜 커플을 처단하지 않는다. 양면성을 보여주다 보니까 여러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만든 사람 입장에서 지금의 뜨거운 토론을 지켜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임 감독은 "불륜은 나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쉽다. 우리는 쉬운 접근을 안 하려고 했다. 사람마다 관점이 다를 텐데 우리는 답을 정해놓지 않고 질문을 하게끔 유도했다"라고 말했다.
작품의 골자는 우진(이솜)과 사무엘(안재홍) 부부는 사무엘 친구의 외도부터 사내 불륜, 중년 불륜까지 다양한 커플들의 뒤를 쫓는 것이다. 우진과 사무엘은 부부에 대한, 사랑에 대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소중했던 순간을 잊은 사람들을 일깨우고, 삶의 이면에 씁쓸해지지만 이 또한 삶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고, 종국엔 위로를 서사했다. 임 감독은 "캐스팅 회의를 할 때 안재홍과 이솜이 떠올랐다. 과거 전고운 감독이 이솜과, 제가 안재홍과 작업한 적이 있었다. 이솜만큼 한국에 매력적이고 개성 있는 배우가 없다고 생각했다. 또 안재홍은 한국 코미디의 일인자라고 느꼈다. 캐스팅 단계에서 타로점을 보기도 했다"라고 비하인드를 전하기도 했다.
높은 수위의 에피소드들 속에서 캐스팅 난항도 있었다. 전 감독은 "제가 캐스팅을 과신한 것 같았다. 텍스트만 보면 대본 자체가 세다. 그래서 서러움의 시간이 있었다. 우리랑 만나보지도 않고 거절당한 경우도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임 감독은 "응해주신 분들이 용기를 냈다"라고 덧붙였다. 3화에서는 우진 사무엘 부부의 세 번째 타깃인 중년 불륜 커플 백호(정진영)와 영애(양말복)가 등장,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임 감독은 "주연을 제외하고 가장 처음으로 캐스팅된 것이 정진영이다. 둘이 시나리오를 들고 배우를 찾아갔다. 당시에는 반응이 미지근했는데 일주일 만에 연락이 왔다. 현장에서도 정진영 양말복 선배님이 진심으로 즐거워하셨다"라고 말하면서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두 사람의 협업 과정도 들을 수 있었다. 임 감독은 "전 감독과 저의 유머 감각이 비슷했다. 우리는 연출을 할 때 똑같은 작품을 만든다는 공동 의식이 있었다. 저희는 워낙 바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서로를 의지하면서 작품을 잘 만들어보려고 했다. 반장과 부반장을 나눠서 완장을 차고 연출을 도맡았다"라고 설명했다. 전 감독은 "하나도 안 어려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도 "즐거웠다. 둘이서 시너지를 낸다는 간헐적 순간이 선물 같았다. 우리만큼 훌륭한 공동 작업을 하는 것이 드물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다만 협업의 지속은 미정이다. 전 감독은 "이 팀이 아깝다. 서로를 존경하는 작업자를 만들 수 있을까. 서로를 위한 리스펙을 한 번도 잃은 적이 없다"라고 유대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