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 35억 환급금 소송 승소... "계산 오류, 추가 신청 가능"

입력
2024.02.0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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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급은 재량행위" 피고 주장 반려

SK에너지가 35억 원 규모의 석유수입부과금 환급 소송에서 이겼다. 석유환급금을 잘못 계산했다면, 추가 신청을 통해 그 차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취지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 정상규)는 SK에너지가 석유관리원을 상대로 낸 석유수입부과금 환급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해 11월 원고 승소 판결했다. SK에너지는 2017년 1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44차례 미국과 멕시코에서 원유를 수입하고, 한국석유공사에 ℓ당 16원의 부과금을 냈다. 석유관리원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부터 환급 사무를 위탁받은 기관으로, 2021년 7월 이전에는 석유공사가 해당 사무를 맡았다. 석유사업법에 따르면, 석유수출입업자가 중동 이외에 국가에서 수입해 정해진 용도로 사용한 원유는 부과금 일부를 환급받을 수 있다. 수입 다변화 촉진 차원에서 이뤄지는 조치다.

SK에너지도 이 법령에 따라 석유관리원에 환급을 신청했다. 돌려받은 금액은 136억 원이었는데, 이후 35억여 원의 추가 환급을 신청했다. 환급금은 선적항에서 국내 하역항까지 최단 거리를 기준으로 산출한 유조선운임지수 값을 기초로 정한다. 그런데 SK에너지는 유조선의 크기 때문에 최단항로를 통과하지 못하고 아프리카 희망봉 등을 거친 우회로로 원유를 운송해 비용이 더 들었는데도, 이를 간과해 실수로 계산을 잘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석유관리원은 "환급 여부 결정은 재량행위"라며 신청을 반려했고, 회사는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재판부는 SK에너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착오 등으로 지급받지 못한 환급금에 대한 추가 환급신청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헌법상 재산권 보장의 원리에 위배된다"면서 "추가 환급신청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는 이상 원칙적으로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석유관리원의 재량행위 주장도 "산업부 장관으로부터 환급에 관한 사무를 위탁받은 석유관리원이 재량을 행사하는 것은 제도 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석유관리원 측은 1심 패소 후 항소했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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