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로 세계 1위 마동석 “한국을 세계 영화 본거지로 만들고 싶다”

입력
2024.02.01 16:53
23면
26일 넷플릭스 공개 신작 비영어 부문 1위
“배우 데뷔 후 지금까지 써놓은 각본 80편
영화와 권투만 생각 한국 영화 기술 우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 공개된 지 3일 만에 비영어 영화 부문 관람 1위(190개국 기준)에 올랐다. 영화 전체 부문에서는 2위를 차지했고, 82개국에서 10위 안에 들었다. 영화 ‘황야‘는 ‘월드 스타’ 마동석의 힘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1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마동석은 "제가 그래도 해외에서 얼굴이 많이 알려진 편"이라며 환히 웃었다.

‘황야‘는 대지진 발생으로 세상이 폐허가 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짐승을 사냥해 고기로 내다 파는 남자 남산(마동석) 일행이 기괴한 범죄 집단으로부터 소녀 수나(노정의)를 구하는 과정을 그렸다. 극적 요소보다 액션을 강조한 영화다. 마동석은 "재미를 위해 액션을 중심으로 과감하게 이야기를 잘라냈다"며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액션 배우로서의) 마동석을 보여 드리려 했다"고 밝혔다.

기획에 각색, 제작, 주연까지

'황야'는 마동석 머릿속에서 나왔다. 그가 아이디어를 낸 후 주변인에게 의견을 들은 후 10쪽짜리 '트리트먼트(각본의 뼈대 같은 글)'를 직접 썼다. 만화가 김보통 등에게 맡긴 각본이 완성되자 각색을 하기도 했다. 마동석이 설립한 영화사 빅펀치픽쳐스가 제작에 참여했다. 영화인 사이에서 아이디어뱅크로 알려진 마동석은 "20년가량 영화계 활동을 하며 틈틈이 써온 각본만 80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 머릿속에는 온통 영화와 권투 생각만 있다"고 했다.

'황야'의 메가폰은 허명행 감독이 잡았다.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 등에서 무술감독으로 마동석과 호흡을 오래 맞춰온 인물이다. '황야'는 허 감독의 데뷔작이다. 그는 마동석 주연으로 4월 개봉할 '범죄도시4'의 연출을 맡기도 했다. 마동석은 "허 감독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감독이 될 수 있을 만큼 재능이 있다"며 "'황야' 이전부터 허 감독 데뷔를 위한 각본을 따로 마련했을 정도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허 감독은 태권도 선수 출신, 저는 권투 선수 출신"이라며 "각기 다른 격투기를 잘 알고 있어 서로를 보완해줄 수 있는 좋은 관계"라고 덧붙였다. '범죄도시4'는 15일 개막하는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스페셜 갈라 부문에 초청됐다. 스페셜 갈라 부문은 대중성과 완성도를 갖춘 영화를 주로 상영한다.

"부상은 일상… 아내가 한숨"

액션 영화를 주로 찍다보니 "피를 뚝뚝 흘리며" 귀가하기 일쑤다. 마동석은 "아내(방송인 예정화)가 치료해주며 한숨을 쉬고는 한다"고 멋쩍어했다. 그는 "액션 장면을 찍다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고 몸이 많이 망가졌다"며 "재활운동으로 몸을 되살렸고 몸관리도 운동으로 한다"고 했다. 그는 "일정이 없는 날에는 권투로 3, 4시간, 웨이트트레이닝으로 2, 3시간을 보낸다"고 밝혔다.

마블 영화 '이터널스'(2021)로 할리우드 진출에 성공한 마동석은 후속편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 영화 '악인전'(2019)을 실베스터 스탤론과 공동 주연으로 미국에서 새롭게 만들 예정이다. 마동석은 "당초 지난 연말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미국작가조합과 배우조합 파업으로 연기됐다"며 곧 촬영이 시작될 것임을 암시했다. 태국 액션 스타 토니 자와 홍콩 쿵후 스타 리롄제(李连杰) 등 아시아 액션 배우들이 함께하는 프로젝트도 있다. "마블 영화 한 편이 더 계약돼 있고, 허명행 감독과 추진하는 기획이 여럿 있기도 합니다."

마동석은 "한국을 세계 영화 본거지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국내 영화인들은 할리우드로 갈 생각들을 많이 한다"면서 "저는 한국으로 세계 영화인들이 올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적어도 액션 영화 본거지로 만들고 싶습니다. 저희 영화 기술이 세계적으로 앞서 있다고 자부합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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