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바꾸는 차에 일부러 '쿵'... 94억 편취한 155명 수사의뢰

입력
2024.02.01 13:24
진로변경 차량 고의추돌 방식이 62.5%
비보호 좌회전·일반도로 후진 조심해야
"합의는 신중하게... 증거자료 확보 필요"

A씨는 지난해 차 사고가 발생했다며 보험사에 연락을 해왔다. 차선 변경을 하다 뒤에서 달려오던 차와 부딪히고 말았다는 것이다. A씨 차량뿐 아니라 상대 차량에도 동승자가 4명씩 빽빽하게 타고 있었고, 경미한 사고였음에도 모두 병원에 입원했다. A씨는 병원비뿐 아니라 자동차 수리비까지 수천만 원을 요구했다.

알고 보니 가해 차량, 피해 차량 탑승자 모두 한통속이었다. 사전에 가해자와 피해자로 역할을 분담하고 차량에 나눠 탄 뒤 고의사고를 일으킨 보험 사기단이었다. 무려 34명이 짜고 58건의 사고를 일으켰고, 자동차 수리와 병원비 명목으로 합의금 1억7,500만 원과 미수선 수리비 5,600만 원 등 4억9,100만 원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자동차 보험사기 사건을 조사해 지난해 혐의자 총 155명을 적발, 수사를 의뢰했다고 1일 밝혔다. 전년 적발 인원(109명)에 비해 42.2%나 증가했다. 이들이 일으킨 고의 사고는 총 1,825건에 달하고 편취한 보험금은 94억 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혐의자 1인당 평균 6,10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뜯어낸 셈이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혐의자 중 78.8%는 일정한 소득이 없는 20·30대였다. 이들은 생활비나 유흥비 마련을 위해 지인 및 가족들과 공모해 고의사고를 일으켰다. 전체 사고 가운데 진로를 변경하는 차량을 뒤에서 일부러 들이받는 사례가 62.5%로 가장 많았다. 교차로 통행방법 위반(11.7%)이나 일반도로 후진(7%) 등의 수법도 동원됐다. 비보호 좌회전하는 차량을 맞은편에서 그대로 받는다거나, 이면도로 후진차량을 일부러 피하지 않는 방식이다. 보험사기 피해자 측 과실 비율이 크게 나오는 상황들만 골라 사고를 일으켰다는 얘기다.

교통사고 발생 시 고의사고가 의심된다면 경찰이나 보험사에 즉시 알려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탑승자 추가, 변경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상대방 차량 탑승자도 미리 확인해두고, 현장 합의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블랙박스와 현장 사진, 목격차 연락처 등 증거자료 확보도 중요하다. 금감원은 "결국 보험사기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교통법규 준수"라며 "안전거리 확보, 후방 확인 등 안전운전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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