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채무도 금융채무와 함께 조정…도덕적 해이 우려도

입력
2024.02.01 12:00
금융위, 과기정통부와 협업
2분기 중 통합 채무조정 시행
소액결제 '상품권깡' 악용 우려


채무자 A씨는 3,000만 원의 금융채무와 100만 원의 통신채무를 보유하던 중 실직해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에 채무조정을 신청했다. 이를 통해 금융채무에 대해선 조정을 지원받았으나, 소득 부족으로 통신채무는 미납이 지속됐다. 채무를 갚기 위해 새롭게 직장을 구하려 했지만 핸드폰이 끊겨 번번이 구직에 실패했다. 결국 A씨는 불법 사금융 업체를 통해 200만 원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금융위원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A씨와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채무와 통신채무를 동시에 조정하는 통합 채무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통신채무가 연체되면 전화, 문자 등 통신 서비스 이용이 제한돼 경제활동에도 많은 제약이 발생한다. 이에 통신채무를 금융채무보다 우선 상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만큼 통신채무가 연체된 상황이라면 경제 사정이 매우 어려운 처지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신복위는 3개월 이상 연체된 핸드폰 기기비용 외 통신채무를 직접 조정할 수 없다. 통신채무를 갚기 어려운 신복위 이용자가 통신사에 신청하면 5개월 분납만 가능하다. 통신요금과 소액결제대금은 신복위를 통한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채무조정의 재기지원 효과에 한계가 있었다.

통합 채무조정이 시행되면 ①신복위에서 금융채무와 통신채무를 한 번에 조정받을 수 있으며 ②채무자의 재산과 소득을 감안해 채무자가 성실히 상환하고 재기할 수 있도록 금융채무와 통신채무가 조정된다.

통합 채무조정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통신업계가 신복위 채무조정 협약에 가입해야 한다. 정부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소액결제사인 다날, KG모빌리언스 등 통신 관련 업체들의 채무조정 관련 협약 가입을 1분기 중 추진하고, 이후 관련 규정 개정과 시스템 정비 등 준비절차를 거쳐 2분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부에선 통신요금뿐 아니라 소액결제대금까지 채무조정 대상에 들어가면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채무조정을 악용해 고가폰을 현금화하는 '휴대폰깡'을 한다거나 소액결제로 상품권을 구입해 현금화하는 시도가 있을까 걱정된다"며 "'어려우면 정부가 도와주겠지'란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휴대폰이 취업 수단이기도 본인 인증도 해야 하는 생계수단인 만큼 서민층 입장에서 매우 절실하다"며 "재산이 있으면서 채무조정을 신청한 분들에 대해선 필터링해 도덕적 해이 문제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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