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캉 폭행사건' 20대 남성, 1심서 징역 7년

입력
2024.01.30 15:50
감형 노린 기습공탁, 받아 들여지지 않아

여자 친구를 감금한 채 이발도구 이른바 ‘바리캉’으로 머리카락을 자르고 성폭행, 협박까지 한 20대에게 징역 7년이 선고됐다.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1부(부장 박옥희)는 30일 강간·카메라 등 이용촬영 및 특수협박, 감금, 강요, 폭행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씨(26)에게 이 같이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5년 간의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김씨가 “대부분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김씨는 지난해 7월 7~11일 경기 구리시 오피스텔에 여자친구 A(21)씨를 감금하고 여러 차례 강간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A씨의 얼굴에 소변을 보거나 침을 뱉고 알몸 상태로 “잘못했다”고 비는 모습을 카메라로 찍기도 했다. 또 A씨가 다른 남자와 연락했다는 이유로 머리카락을 바리캉으로 깎고, 신체를 촬영한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A씨는 김씨가 잠든 사이 자신의 부모에게 ‘살려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현장에서 김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다른 남자와 연락했다는 이유로 머리카락을 잘라 두피가 상당히 보일 정도로 만들고, 피해자의 옷을 벗게 한 뒤 무릎을 꿇게 하고 촬영까지 했다”며 “5일간 감금해 수차례에 걸쳐 강간하고 폭행했다. 범행동기와 수단, 방법을 볼 때 피고인의 책임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피고인은 피해자가 스스로 응했고, 합의 하에 이뤄진 일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고 있다”며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고 현재까지도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씨의 선고공판은 당초 지난 25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공판 이틀 전 그가 법원에 1억,5000만 원의 공탁금을 걸며 재판부가 기일을 연기했다. 피해자가 합의를 거절하는 경우 선고직전 합의금을 공탁소에 맡겨 법원에 감형을 호소하는 ‘기습공탁’ 전략이었다. 이에 피해자 측은 수령의사가 없다는 ‘공탁금 회수 동의서’를 법원에 제출하며, “세상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재판부에서 경종을 울리는 판결로 보여 달라”고 탄원서를 통해 촉구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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