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용 GH 사장 “경기청년, 1억원대에 내 집 마련 가능하게 하겠다”

입력
2024.01.2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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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일부만 내고 차액 20~30년 나눠 내는 지분적립식 주택 보급
모듈러 공법 병행하면 추가 원가절감 가능...3기 신도시에 본격 공급

아파트값이 천정부지인 요즘, 김세용(59) GH(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이 파격적인 제안을 내놨다. 경기 청년이나 신혼부부들이 1억여 원의 종잣돈만 있으면 자기 소유의 아파트에 입주하게 한다는 것이다.

비결은 ‘지분적립식 주택’이다. 쉽게 말해 적금식 주택이라고 보면 된다. 예컨대 분양가의 25%만 내고 입주한 뒤 나머지 차액을 20~30년 동안 나눠 내는 것이다. 분양가 5억 원의 60㎡ 아파트라면 1억2,500만 원만 먼저 내고, 나머지 3억7,500만 원을 장기간 분할해 내는 것이다. 30년이라면 1년에 1,250만 원 수준이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맞벌이 부부가 한 달 각자 50만 원씩 저축하면 가능한 금액이다. 모듈러 주택이 확대 보급되면 원가는 더 떨어진다. 17일 경기 수원시 소재 GH 본사 사장실에서 김 사장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_‘지분적립식 주택’이 뭔가.

“일시에 목돈 마련이 어려운 청년세대와 정책 사각지대에 있는 소득 4~6분위를 위한 내 집 마련 대안이다. 저출산의 첫째 원인이 주택가격이다. 지분적립식 주택은 분양가격의 25%만 먼저 내고 추후 지분을 늘려가는 방식이다. GH는 광교에 전용면적 60㎡ 이하의 지분적립식 아파트 240가구를 원가 수준에 공급한다. 2028년 입주 가능하다. 정부가 2021년 도입을 발표했지만 실제 분양은 이게 처음이다. 경기도와 함께 3기 신도시에 지분적립식 주택을 본격 공급할 계획이다."

_모듈러 주택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들었다.

“모듈러 공법은 공장에서 미리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 설치하는 방식이다.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공사기간을 30% 이상 단축하는 게 장점이다. 이미 용인 영덕에 세계 여섯 번째, 국내 최초로 13층 모듈러 주택을 공급했다. 기술이 발달한 만큼 스프링클러도 없었을 때 만들어진 내화기준(3시간 버팀)을 현실화하면 벽을 두껍게 쌓을 필요가 없어 원가가 더 싸진다. 외국처럼 40~50층도 가능해 지분적립식 주택을 더 싸게, 더 많이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_LH 독점구조였던 도시개발에서 점차 지방공사의 참여가 늘어나는 추세다.

“예전에는 주택 공급 확대가 주목적이었던 만큼 국가 주도의 독점적 사업구조가 필요했었다. 하지만 지방자치제가 자리 잡은 만큼 지역 개발은 그 지역에서 수행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또 그래야 맞춤형 사업도 가능하다. 지분적립식이나 모듈러 주택 등의 신속한 추진은 지방공사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_지방공사로서 GH만의 주택사업 차별화 방안이 있다면.

“우리나라 공공임대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9위 수준이지만 공급 위주 정책을 펼치다 보니 만족도가 크게 떨어진다. 공공임대의 공실률이 높다는 게 증거다. GH는 인구구조 변화 등에 발맞춰 아동돌봄센터, 마을형 공간복지, 시니어 주택, 1인가구 특화 주택 등 다양한 공공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_정부가 3기 신도시 건설에 GH 참여지분을 늘린다고 발표했는데.

“공사채 발행 지원, 지역공사의 참여 확대 등이 추진된다. GH는 신규 기반시설과 도시서비스 최적화를 위한 공공의 책임을 다할 것이다. 또 직장과 주거를 고루 갖추도록 자족기능을 강화하고 광역교통대책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다.”

_건설경기 침체가 예상된다. 중소 건설업체 보호방안이 있다면.

“GH는 신용등급을 평가해 하청사에 피해를 주지 않을 건실한 업체와만 계약하고 있다. 그래도 원청사가 건설비를 떼먹는 일을 막기 위해 하도급사에 건설비를 직접 지급하고 있다. 충분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중소 건설업체 보호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다.”

이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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