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행위가 있을 때만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된 혼인 무효 기록을 삭제하도록 규정한 현행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5일 가족관계등록부의 재작성에 관한 사무처리 지침의 혼인 무효 부분 중 제2조 1호에 대해 청구된 헌법소원 심판 사건을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2019년 4월 혼인신고를 한 A씨는 같은 해 12월 혼인무효 판결을 확정받았다. A씨는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라 구청에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을 신청했으나 '가족관계등록부의 재작성에 관한 사무처리 지침' 때문에 '혼인 무효' 이력까진 삭제하지 못했다. A씨는 이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배우자나 제3자의 범죄행위에 따라 혼인이 무효됐을 때만 이력을 삭제하도록 한 지침은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 결정권 침해라는 취지였다.
헌재는 해당 규정이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제한하지만, 위헌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 규정은 혼인 무효로 정정된 등록부를 보존하고, 재작성을 제한하는 신분관계 이력을 공시해 부당한 피해를 방지하려는 가족관계 등록 제도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제한적으로만 등록부 재작성을 허용하는 것도 적절한 수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혼인 무효 기록을 보존할 필요성도 근거로 들었다.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도 명확한 법률관계를 알리는 공익적 기능이 있다는 이유다. 헌재는 "가족관계등록부는 개인정보를 새로 수집·관리하는 게 아니고 법령에 따른 청구 등이 없는 한 공개되지 않는 반면 가족관계 변동에 관한 진실성을 담보하는 공익은 훨씬 중대하다"고 말했다. 헌재 관계자는 "혼인 무효로 정정된 가족관계등록부의 재작성과 관련한 헌재의 첫 판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