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강제동원 배상 추가 판결에 또 "극히 유감, 수용 못 해"

입력
2024.01.25 17:40
주일대사관 정무공사에게 항의
'제3자 변제' 해법 적용 거듭 요구

일본 정부는 25일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군수기업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한국 대법원이 피고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데 대해 "극히 유감스럽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날 한국 대법원은 근로정신대 피해자들과 유족이 후지코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3건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후지코시는 피해자 1인당 8,000만∼1억 원씩 총 21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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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정부 "한일청구권협정에 반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번 판결은 지난달부터 이어진 복수의 판결과 마찬가지로 한일청구권협정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도 나마즈 히로유키 아시아대양주국장이 김장현 주일 한국대사관 정무공사에게 이번 판결에 대해 항의하고 일본 정부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야시 장관은 또 "한국 정부가 지난해 3월 6일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강제동원 피해자를 뜻하는 일본 정부 표현) 관련 소송에서 원고가 승리할 경우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라는 취지의 뜻을 이미 표명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한국이) 대응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 대신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제3자 변제' 해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히타치조선 공탁금 수령 여부 관건

하야시 장관은 일본 기업인 히타치조선이 한국 법원에 낸 공탁금에 대해 피해자들이 요청한 압류 추심 명령을 한국 법원이 인정한 데 대해서도 제3자 변제 해법을 적용하도록 한국 정부에 요구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기업이 먼저 공탁금을 냈기 때문에 제3자 변제 해법이 적용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산케이신문은 "히타치조선이 법원에 공탁금 반환을 요구한다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어렵다는 견해가 강하다"라고 전했다.

앞서 히타치조선은 2019년 1월 항소심에서 패소하자 강제집행될 것을 우려해 공탁금 6,000만 원을 법원에 맡겼다. 지난달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한 피해자들은 이 공탁금으로 배상을 받겠다며 법원에 압류 추심 명령을 신청했고, 법원은 23일 이를 승인했다.

히타치조선의 공탁금이 실제로 지급될 경우 강제동원 피해자가 일본 기업의 자금으로 배상받는 첫 사례가 된다. 이 경우 일본 내에서 반발이 심해질 수 있다는 질문에 하야시 장관은 "한일의 긴밀한 협력이 지금처럼 필요했던 때는 없었다"며 "양국 간 현안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근거해 적절히 대응하면서 여러 면에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답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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