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체불과 노조 탄압에 항의하며 분신해 숨진 택시노동자 방영환씨의 장례가 사망 111일이 지나도록 치러지지 않고 있다. 노동계는 방씨를 폭행하고 협박한 혐의로 구속된 택시회사 해성운수 대표 정모(53)씨의 사과와 엄벌을 촉구했다.
‘방영환 열사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는 2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씨를 죽음으로 내몬 정씨는 지난 11일 재판에서 고인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고 모욕했다”며 “최소한의 반성도 없이 공탁금을 걸고 보석을 신청하는 등 파렴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15년 경력 택시기사인 방씨는 지난해 추석 연휴 전인 9월 26일 서울 양천구 해성운수 앞에서 ‘체불 임금 지급’과 ‘택시 완전월급제 이행’을 주장하며 분신했다. 생전 회사에서 저임금ㆍ고강도 노동에 시달렸고 이에 항의하다 정씨로부터 폭행과 협박을 당한 후였다. 정씨는 지난해 12월 폭행, 협박,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실제로 서울고용노동청이 방씨 사망 이후 해성운수를 조사한 결과 △퇴직근로자 휴일근로 및 연차 수당 △최저임금 △퇴직금 등 직원들이 받아야 할 임금 및 수당 총 6,700여만 원이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책위는 "부당 노동 행위가 택시업계 전반에 만연하다"며 해성운수가 속한 동훈그룹의 21개 택시사업장 전체에 대한 근로감독을 요구 중이다.
방씨 유족은 고인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정 대표의 공식 사과와 체불임금 지급을 호소하고 있다. 대책위는 “정씨는 구속 이후에도 노사 교섭을 시간 끌기로 일관했고, 집 앞에 분향소를 차리고 매일 출근길에 사죄를 요구해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있다”며 “고인을 더 이상 차가운 병원 냉동고에 모셔둘 수 없다. 설 전에라도 장례를 치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고인의 딸 방희원(31)씨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사법부의 엄중한 판결을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