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부실 PF 신속 정리하라"...금융권에 주문한 배경은?

입력
2024.01.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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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상황 감안해 충당금 적립 지시
'성과급·배당금 잔치 말라' 우회 주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3일 금융권을 향해 "사업성이 없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100% 손실로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하라"고 말했다. 부실 PF 사업장을 신속하게 정리하라는 주문인데, 성과급과 배당금 결정을 앞둔 금융권에 '잔치로 비치지 않게 하라'는 우회 압박으로도 풀이된다.

이 원장은 이날 금융감독원 임원회의를 열고 "단기 성과에 치중해 PF 손실 인식을 회피하면서 남는 재원을 배당·성과급으로 사용하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의 PF 연체율은 2022년 말 1.19%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2.42%로 상승했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PF 연체율이 같은 기간 2.05%에서 5.56%로 뛰었다. 하지만 금융사들이 정상적 사업 추진이 어려운 사업장마저 만기를 연장하면서 부실 사업장 정리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금감원은 판단하고 있다.

이 원장은 "부실 PF 사업장의 정리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금융 분야의 생산적 자금배분이 저해됨은 물론이고 실물경제의 선순환도 제한된다"며 "PF 부실을 보다 속도감 있게 제거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구체적으로 본PF 전환이 장기 지연되는 PF 사업장에 대해서는 금융회사가 2023년 말 결산 시 예상손실을 100%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하고 신속히 매각할 것을 지시했다. 공사 지연 기간이 장기화하거나 분양률이 현격히 낮은 PF 사업장에 대해서는 최악이던 상황 때의 경험손실률 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충당금 적립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원장은 "경·공매 등 손실보전 과정에서 가격 추가하락 가능성을 감안해 담보가치를 엄정하게 산정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결산이 끝나는 대로 금융회사의 충당금 적립 실태 등을 면밀히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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