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주요 인사들이 '이민자 강제 추방' 구상을 짰다는 폭로가 나온 후 AfD에 대한 시민들 분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주말인 20, 21일(현지시간) 전국 곳곳에서 약 100개의 집회가 소집됐고, AfD에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확산하고 있다.
21일 독일 타게스샤우 등에 따르면, 전날 프랑크푸르트, 하노버 등 독일 전역에서 열린 AfD 규탄 시위에는 약 25만 명이 참가했다. 19일로 예정됐던 함부르크 집회엔 당초 1만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무려 5만 명 이상이 몰리면서 안전상 이유 때문에 집회 자체가 취소되기도 했다.
이번 시위는 독일 탐사 매체 코렉티브의 지난 10일 자 보도가 촉발했다. 해당 보도는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의 고문인 롤란트 하르트비히 등 AfD 인사 4명이 지난해 11월 포츠담 '란트하우스 아들론' 호텔에서 '나치의 후계'를 표방하는 신(新)나치주의자와 비밀리에 만나 이민자 강제 추방 구상을 논의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회동에선 '최대 200만 명을 북아프리카로 추방한다'는 언급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사회에선 AfD에 대한 반발 여론이 불붙고 있다. 시위에서는 "추방돼야 할 사람은 나치주의자" "인간 혐오에 맞서 싸워야 한다" "민주주의를 수호하자" 등의 구호가 울려 퍼졌다.
문제의 '비밀 회동'이 거센 후폭풍을 낳은 건 과거 나치 정권 지도자들이 참석했던 '반제(Wannsee) 회의'를 연상시키는 까닭으로 분석된다. 1942년 1월 베를린 반제하우스에서 열린 이 회의에선 유대인 학살 계획이 논의됐다. 란트하우스 아들론과 반제하우스는 거리도 고작 14㎞에 불과할 정도로 가깝다. 낸시 페저 독일 내무장관은 "AfD 회동은 무의식적으로 끔찍한 반제 회의 기억을 되살린다"고 풍케미디어그룹 인터뷰에서 말했다.
AfD 득세를 경계하던 기존 정치권도 시민 분노를 '독려'하고 있다. 유럽 전반에 부는 반(反)이민 정서를 등에 업은 AfD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20%대 지지율을 보일 정도로 몸집을 키워 왔다. 연립정부를 꾸리고 있는 각 정당(사회민주당·자유민주당·녹색당)의 지지율보다 높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19일 "(AfD 규탄 시위는) 훌륭하고 옳다"고 지지했다.
AfD에 어떤 식으로든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구체적인 단계는 아니지만, △AfD 또는 하위 단체 해산 △자금 조달 제한 △문제가 된 개별 인사의 참정권 박탈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거론된다. 독일 헌법인 기본법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 훼손 및 독일연방공화국 존립 위협' 등을 정당 금지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