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4명 중 1명 이상이 '우리 반은 수업 시간에 잔다'고 생각한다는 교육부 정책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교사 10명 중 1명 이상도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잔다'고 여겼다. '잠든 교실' 문제는 일반고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나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보다 심각했다.
17일 교육부는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에 이 같은 내용의 '교실수업 혁신을 위한 고등학교 수업 유형별 학생 참여 실태조사' 보고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6월 28일부터 7월 14일까지 교사 1,211명과 고교 1·2학년생 4,34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들은 '우리 반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자는 편이다'라는 문항에 27.3%가 동의(그렇다, 매우 그렇다)했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32.5%였다. 교사들은 수업 분위기를 보다 좋게 평가했지만, 그럼에도 15.1%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자는 편'이라는 데 동의했다.
학생과 교사가 수업 분위기가 나쁘다고 여기는 비율은 자사고나 특목고보다 일반고가 높았다. 일반고 학생은 28.6%가 '우리 반은 자는 편'이라고 응답, 자율고(자사고+자율형공립고, 17.9%) 과학고(14.3%) 외국어고(13.1%) 학생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교사 인식도 일반고(15.9%)와 특목고(9.5%)·자율고(4.7%)의 차이가 상당했다. '집중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 '시끄럽고 무질서하다'는 문항에 동의한다는 응답도 일반고가 자사고·특목고보다 많았다.
잠든 교실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교사들은 연구진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이후 갑작스러운 온라인 수업으로 학습 양과 질이 떨어지면서 학업에 흥미를 잃거나 유의미한 학습 경험이 부족해지면서 의욕이 저하됐다 △9등급 상대평가제도로 인해 학생 중심의 다양한 수업 형태를 도입해보고 싶어도 못 한다 등을 이유로 꼽았다. 교육계에선 입시 환경도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열 경쟁과 학습 부담으로 수면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무관한 수업은 참여할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인공지능(AI) 교과서 도입 등 에듀테크(교육 기술)를 적극 활용한 학생 맞춤형 교육으로 잠든 교실을 깨우겠다는 입장이다. 연구진은 에듀테크 활용이 수업 참여도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분석했는데, 모든 학생에게 에듀테크가 수업 참여를 강화하는 요인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성적이 낮은 학생에게는 에듀테크 활용이 '배우는 것이 재밌다' '수업시간이 기다려진다' 등의 인식(정의적 참여)을 강화하는 효과를 냈다. 반면 교과성적이 중간 정도인 학생들은 '수업 중 토론 및 토의에 참여한다' '수행평가를 열심히 준비한다' 등의 인식(행동적 참여)에 에듀테크 도입이 되레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