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외고 존치' 시행령 국무회의 통과… 민사고도 지역인재 20% 선발해야

입력
2024.01.16 18:20
8면
전국단위 자사고 지역인재 20% 의무
사회통합전형 20% 의무도 확대
고교 서열화·사교육비 증가 우려 여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외국어고(외고)·국제고를 존치한다는 정부 방침을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시행령 개정안이 16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전임 정부가 이들 학교를 2025년 일괄 폐지한다는 방침 이래 개정했던 시행령을 4년 만에 되돌린 것이다. 아울러 개정 시행령에 따라 이들 학교는 내년 신입생부터 지역인재전형과 사회통합전형으로 각각 정원의 20%를 선발해야 한다.

교육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를 추진한 지난 정부의 획일적 평준화 정책을 바로잡고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선택권을 보장해 공교육 내에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이 이뤄질 것"이라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개정안은 다음 달 1일 시행돼 올해 치러질 2025학년도 고교 입시부터 적용된다.

개정 시행령에는 자사고·외고·국제고 선발 과정에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새로 포함됐다. 자사고가 소수 고소득층의 '귀족학교'로 자리 잡아 일반고 선호도를 떨어뜨리고 고교 입시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우선 저소득층, 한부모, 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을 20% 이상 뽑는 사회통합전형 의무 적용 대상이 확대된다.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자사고 중에는 전형 실시 의무가 없었던 6곳(민족사관고 상산고 광양제철고 포항제철고 하나고 현대청운고)이 내년 신입생 선발부터 규정을 따라야 한다.

다만 사회통합전형 지원자가 정원에 미달해 결원이 생겼다면 그 절반은 일반전형으로 이월할 수 있다. 가령 A자사고가 20명을 사회통합전형으로 뽑아야 하는데 14명만 지원해 합격했다면, 미지원자(6명)의 50%인 3명을 일반전형으로 추가 선발하는 식이다.

지역인재전형 의무도 이들 학교에 새로 부여돼 고등학교 소재 지역(광역자치단체 기준)에서 중학교를 다니는 학생을 20% 이상 선발해야 한다. 전국 단위 자사고는 대부분 지역인재전형을 이미 시행하고 있어 모집정원 대비 지역 출신 비율이 평균 32.5%(종로학원 집계)다. 다만 해당 전형을 시행하지 않았던 민족사관고는 제도 변화로 영향을 받게 됐다. 이 학교는 2023학년도 신입생 중 1명(0.6%)만 지역인재(횡성군)로 선발했다.

두 전형은 분리 운영되지 않는다. 사회통합전형으로 합격한 학생이 지역인재이기도 하다면, 양 전형 선발 비율을 따질 때 중복 계산된다. 이에 대해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중첩이 가능하다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로 고등학교 서열화, 고입 경쟁 심화가 계속될 거란 우려도 여전하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해 12월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실시한 조사를 근거로 "자사고·외고·국제고에 가려는 학생은 일반고를 희망하는 학생에 비해 고액 사교육을 받는 비율이 2배 이상 높고, 진학 이후에도 일반고보다 4배 많은 사교육을 받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앞으로 입학전형 영향평가 등을 개선해 이들 학교의 전형 문항 공개를 유도하고 위반 시 제재하겠다”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