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남북공동성명 이후 50년간 유지된 남북 대화체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북한이 이른바 '두 개의 조선' 원칙을 헌법에 반영하고 공식 남북대화 채널을 폐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당장 이들의 공식 대화 파트너였던 통일부의 역할과 기능도 자연스레 애매해지게 됐다.
1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을 폐지하기로 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남북 당국 간 회담, 민족경제협력국은 남북 당국 및 민간 교류를 전담해 온 대남 대화·교류·협력 조직이다. 금강산국제관광국 역시 현대그룹과 금강산 관광사업을 협의해온 곳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최선희 외무상을 주도로 통일전선부 등 대남기구 정리를 지시했다. 1972년 7·4 남북 공동성명과 1991년 남북 기본합의, 2018년 남북 판문점·평양 공동선언 등으로 이어져 왔던 남북 대화와 교류, 경제협력의 끈을 완전히 끊어버린 셈이다.
북한의 '남북 통일·교류 지우기'에 통일부 기능은 한층 더 쪼그라들게 됐다. 윤석열 정부는 앞서 남북 교류 협력 담당 조직 4개를 국장급 '남북관계관리단'으로 통폐합하며 북한 대화 기능을 대폭 축소했다. 가뜩이나 움츠려든 남북관계관리단은 이제 존재의 의미마저 잃게 된 셈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50년간 이뤄진 남북 간 합의가 무위로 돌아갔다"며 "통일부가 이제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 최근 통일부가 탈북민 인권 및 북한 인권문제 기능을 강화한 것에 대해서도 "북한을 오히려 자극하는 접근"이라며 "북한의 대남도발을 유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남북대화 채널은 사라졌고, 양자 관계는 사실상 교전국 상황으로 전환됐다"고 했다.
다만, 통일부 폐지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관측이다. 통일부는 '정부는 통일을 지향하며 통일정책을 추진한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3·4조에 따라 설립된 행정부처다. 이 때문에 부서 자체를 없앤다는 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통일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북한이 적반하장식으로 남북관계 상황을 호도하는 것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이 우리와 같은 민족으로서 자유와 인권과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