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술 마시고 초과근무수당 챙겨... 금융위 사무관 74%가 부정 수령

입력
2024.01.1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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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정기 감사
5급 중 74.2% 부당하게 수당 받아
제 식구 감싸기 탓 도덕적 해이 확대

금융위원회 직원들의 초과근무수당 부정 수령 관행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5급 사무관 10명 중 7명 이상이 평일 퇴근 이후 또는 휴일에 식사·음주 등 개인 용무를 보고도 근무한 것처럼 속여왔다. 지난 3년간 이들이 놀면서 받아 챙긴 수당은 4,600여만 원에 이른다. 게다가 해마다 부정수령액은 증가했다. 금융위의 제 식구 감싸기가 직원들의 기강 해이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16일 금융위에 대한 정기감사 결과를 공개하며 초과근무수당 부정수령액과 가산징수금(부정수령액의 최대 5배) 등 총 2억1,600여만 원을 징수하고, 비위에 상응하는 징계 조치를 취할 것을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통보했다.

감사원은 금융위 소속 5급 사무관 182명을 대상으로 2020년 4월부터 3년간 초과근무수당 신청 및 수령실태를 표본 점검했다. 그 결과 135명(74.2%)이 2,365회에 걸쳐 3,076시간에 해당하는 수당 4,661만 원을 부정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10명은 100만 원 이상을 부당하게 받아 챙겼고, 5명은 80회 이상 상습적으로 부정을 저질렀다. 개인별 최다 부정 수령 횟수는 91회, 최고 누적 부정수령액은 305만 원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규정 대비 보수적 기준을 적용했고, 6급 이하 공무원은 제외했기 때문에 실제 부당수령 사례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근무지 이탈 시간을 관행적으로 초과근무로 신청해왔다. 심지어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 사실을 알고도 동료들과 저녁 식사와 음주를 즐긴 3시간 30분가량을 '잔무처리'로 시스템에 입력한 뒤 곧바로 귀가한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감사 과정에서 "개인용무시간을 초과근무에 포함하는 관행을 따른 것이며, 법령상 1일 4시간의 상한이 정해져 있어 실제 초과근무시간보다 수당을 적게 받는 것에 대한 보상심리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 해마다 부정 사례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씨의 부정횟수는 2020년 21회에서 2022년 38회로, 같은 기간 부정수령액은 76만 원에서 131만 원으로 늘었다. 이처럼 도덕성 해이가 갈수록 만연해진 것에 금융위의 솜방망이 처벌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위는 2021년 행정안전부의 공무원 초과근무수당 부정 수령 점검 당시, 부정 수령 기준을 '토요일·공휴일 5회 이상 초과 근무한 자'로 한정해 조사했고, 이때 적발된 7명에 대해서도 징계 조치와 가산 징수 없이 원금만 환수했다. 감사원은 "규정대로 징계 등의 처분을 받았다면 승진 제한 등 불이익을 받았어야 할 직원들이 4급으로 승진하거나 금융위원장 표창까지 받았다"고 꼬집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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