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대 전세사기 일당 '범죄조직' 인정… 징역 7~10년

입력
2024.01.1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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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에 적용되던 죄, 전세사기에도 인정
법원 "범죄단체의 물적·인적 설비 갖춰"

수도권 일대에서 200억 원대의 피해를 입힌 전세사기 혐의로 기소된 일당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주로 조직폭력배를 대상으로 적용됐던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해, 전세사기범들에게 징역 7~10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박소정 판사는 15일 범죄단체조직 및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 연모(39)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장모(35)씨와 이모(40)씨도 각각 징역 7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서민의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임대차보증금을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아, 생활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는 점에서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중형 이유를 밝혔다.

연씨 등은 2021년 6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서울 구로구와 경기 부천시 등에 사무실을 두고 '무자본 갭투자' 수법으로 세입자 99명에게서 205억 원 상당의 임대차 보증금을 떼먹은 혐의를 받고 있다. 무자본 갭투자는 주택 매매가보다 전세 보증금을 더 높게 책정하는 방식을 통해, 자기자본 없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받아 주택을 사들인 뒤 차액을 챙기는 수법이다.

최근 수도권 일대에서 이런 수법을 이용한 전세사기 사건이 속출하면서 검찰은 전세사기 일당을 범죄단체로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대응 중이다. 연씨 등은 단체 대화방 등에서 직급과 역할에따라 범행을 보고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였고, 내부적으로 실적대회를 열어 성과급을 지급해 반복적으로 전세사기를 할 수 있는 '범죄단체'를 조직·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 역시 이들이 범죄단체를 결성해 사기 행위를 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범죄단체조직죄는 범죄를 목적으로 한 단체를 조직하거나 가입하는 죄다. 이 죄가 인정되면 해당 단체가 목적하는 죄의 형량으로 처벌되기 때문에, 단순 가담만으로도 중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재판부는 "(이들이) 그룹 채팅방에서 실적 수행 상황이나 계약 성사 결과를 공유하며 범죄단체의 물적·인적 설비를 갖춘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연씨는 동시진행 거래를 위주로 하는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개설해 임차인 섭외, 거래 중개 등을 통해 리베이트 명목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바지명의자 역할을 할 사람을 구해 거래에 이용했다"면서 "조직적으로 범죄단체를 구축하고, 이씨는 집단에 가입해 반복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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