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경찰관 자녀의 14만 '키다리 아저씨'… '100원의 기적'

입력
2024.01.1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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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에서 100원 또는 1000원 원천징수
순직 경찰 자녀에 지급… 작년 3월 시행
7만 명 넘는 경찰 동참, 4억 원 이상 모여

경찰이 급여에서 소액을 떼어내 순직 경찰관 가족을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1년도 지나지 않아 4억 원 넘는 모금액이 걷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작년 3월부터 동의한 사람에 한해 매달 급여에서 ‘원천징수 100원 또는 1,000원’을 택해 순직 경찰관 가족에 기부하는 이른바 ‘100원의 기적’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순직자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경제적 지원과 별개로 경찰이 순직 경찰관들을 잊지 않고 기린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최대한 많은 동참을 끌어내기 위해 원천징수액도 일부러 소액으로 정했다. 경찰청 복지지원과 김형진 계장은 “처음엔 원천징수액을 100원으로 했는데 참여하겠다는 반응이 뜨거웠고 1,000원 정도는 하고 싶다는 의견도 많아 100원과 1,000원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14만 경찰 가운데 7만1,000여 명이 참여해 작년에만 4억 원 넘는 돈이 모였다.

모금액은 범인 체포를 하다 현장에서 사망하는 등 위험 직무 순직자의 미성년 자녀에게 우선 쓰였다. 12가구 19명에게 자녀 수와 장애 정도에 따라 100만~300만 원씩 지급됐다. 목표치를 일찌감치 뛰어넘는 호응으로 올해 초 기준 2억 원 이상 초과, 일반 순직자 가정에도 차례로 기부할 예정이다.

내부 호응이 좋아 경찰청은 올해부터는 모금액을 매달 1,000원으로 고정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참여 인원도 10만 명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계장은 “순직자들의 고귀한 희생을 생각하면 유족에 대한 지원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순직자 자녀들이 최소 성년이 될 때까지는 동료 경찰들이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주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순직 경찰관은 최소 80명이다.

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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