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에너지 기업 OCI그룹과 신약 연구개발(R&D) 기업 한미약품그룹이 통합을 통한 공동 경영에 나선다. 꾸준히 제약·바이오 산업에 관심을 가져왔던 OCI그룹과 상속세를 포함해 안정적인 자금이 필요했던 한미약품그룹 사이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OCI그룹(지주회사 OCI홀딩스)과 한미약품그룹(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은 각사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해 그룹 간 통합에 대한 합의 계약을 각 사 이사회 결의를 거쳐 12일 체결했다고 밝혔다.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구주 및 현물출자 18.6%, 신주발행 8.4%)를 7,702억 원에 취득하고,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게 됐다.
OCI홀딩스는 그룹별 1명씩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이사 2명을 선임해 공동 이사회를 구성한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각자 대표를 맡게 된다. 양 그룹별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등이 완결되면 하나의 기업집단으로 통합되며, 향후 ‘제약·바이오’와 ‘첨단소재·신재생에너지’ 사업군으로 나눠 상생 공동경영을 하게 된다. 향후 OCI홀딩스는 한미약품그룹과의 통합에 따른 브랜드 통합 작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양 사는 그룹 통합에 따라 사업 전반에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OCI그룹은 2022년 부광약품을 인수하고 OCI인베스트먼트를 활용해 암 진단제품 개발 회사 누클렉스, 항암 면역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업체 아디셋바이오 등에 투자해왔다. 이에 따라 제약·바이오는 물론 헬스케어 산업 전반으로 OCI그룹의 경쟁력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약품그룹은 2020년 임성기 창업주 별세 이후 막대한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한 재원을 해결하며 안정적인 R&D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지난해 5월 라데팡스파트너스와 3,2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약을 체결했으나, 앵커 출자자(LP) 확보에 차질을 빚으며 새로운 자금처를 물색해 왔다. 이번 OCI그룹과의 통합 출범으로 상속세 해결과 동시에, 창업주의 부인인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에서 장녀인 임주현 사장으로 경영 구도도 옮겨가게 됐다.
더불어 업계에서는 창업주 일가 사이 인연도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故) 이수영 OCI그룹 회장의 부인인 김경자 송암문화재단 이사장과 가현문화재단을 운영하는 송 회장은 장기간 각각 OCI미술관, 한미사진미술관 등을 운영하며 문화예술 분야에서 함께 활동해왔다.
OCI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통합에 따라 양 그룹은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 선진화를 통해 사업과 관리의 통합을 이뤄냄으로써 각 부문 전문성이 더욱 강화되고, 신규 사업 추진에 대한 강력한 동력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거래의 총괄 자문은 라데팡스가 맡았으며, 법률 자문은 김앤장과 세종이 지원했다. 이번 거래 성사와 함께 기존 라데팡스와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들과 체결한 주식매매계약은 해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