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돈으로 골프 여행, 병가 내고 해외여행…나사 풀린 서울시 공무원

입력
2024.01.1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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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서울시 정기감사 결과
저녁 식사·개인 운동 하고 시간외근무 신청
'상습 부정' 198명, 2500만 원 수당 챙겨

직무관련자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고, 병가 기간에 해외여행을 가는 등 복무규정을 위반한 서울시 공무원들이 감사원에 대거 적발됐다.

감사원은 11일 서울시 정기감사 결과를 공개하며 직무관련 업체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11명의 징계 요구 및 비위 사실을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연차 휴가가 아닌 병가·공가 기간에 해외여행을 다녀온 21명과 허위보고로 3회 이상 시간외근무수당을 부당하게 타낸 198명에 대해서도 조사 후 적정한 조치를 취하도록 통보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A씨는 자전거도로 관련 업무 팀장 등으로 근무하면서 공사 및 구매 계약을 체결한 건설사 대표 등과 함께 수차례 골프를 함께 쳤다. 2019~22년 경기 포천시 소재 골프장을 다섯 차례 이용하면서 87만여 원의 비용을 제공받았다. 사적인 식사와 술, 명절 선물 등 100만여 원의 금품 및 향응도 수수했다.

해외 골프 여행도 함께 다녔다. 2019년 중국 광저우, 2023년 베트남 호찌민으로 골프여행을 다녀왔는데, 항공권과 숙소 예약을 건설사 대표에게 맡겼다. 현지 골프 비용도 대표가 댔다. 다만 A씨는 감사원 조사에서 "비용을 갹출했다"고 주장했다.

국장급인 B씨는 2019년 직무관련자인 토목공사 업체 대표와 함께 일본 도쿄로 골프 여행을 다녀왔다. 업체 대표의 친형이 운영하는 골프장이었다. B씨 부부의 항공권 및 골프장 예약을 업체가 대신했고, 직원용 숙소도 제공받았다. 또한 일본 여행 전후 두 차례에 걸쳐 국내 골프 비용 및 식사를 제공받았고, 현금 60만 원을 받아 챙겼다.

감사원은 서울시장에게 A씨는 강등, B씨는 정직의 중징계 처분을 요청했다.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한 법원 통보도 요구했다. A, B씨 외에 직무관련자와 골프 여행을 다니며 비용을 제공받은 9명에 대해서도 비위 사실을 알리고, 서울시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라 적정한 조치를 취할 것을 통보했다.

병가를 내고 해외여행을 가거나, 개인 운동을 하고는 시간외근무수당을 타낸 사례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C씨는 병가를 내고 9차례에 걸쳐 이탈리아, 베트남, 일본, 필리핀, 몽골 등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부정 사용한 병가 일수는 26일에 달했다. D씨는 건강검진 등을 위한 공가를 내고 해외여행을 즐기거나 재택근무를 신청한 후 오스트리아 여행을 가는 등 10차례 근무지를 이탈했다. E씨는 직위해제 및 정직 기간에 부당하게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장시간 저녁 식사 후 사무실에 복귀하거나 개인 운동을 위해 외출한 것을 시간외근무로 신청하는 등 3회 이상 부당하게 시간외근무수당을 타낸 공무원도 198명도 달했다. 2022년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이들이 받아간 수당은 2,500여 만 원에 달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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