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판 7000원 넘은 계란값 불안 커져'... 설 앞두고 AI 확산

입력
2024.01.09 16:00
지난해 12월부터 27건 확진
천안 이어, 8일 안성서 양성
산란계 밀집 경기 확산 우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 산란계 최대 밀집지역인 경기도 코앞까지 확산했다. 계란 수요가 커지는 설 명절을 앞둔 터라 계란 가격 불안 우려도 커지고 있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겨울 국내 가금농장에서 나온 고병원성 AI 확진 건수는 27건이다. 그중 절반 안팎(13건)이 산란계 농장에서 발생했다. 지난달 3일 전남 고흥 소재 육용오리농장에서 처음 발병한 고병원성 AI는 이후 같은 지역의 장흥‧무안은 물론, 전북 김제‧익산‧완주 등으로 퍼졌다.

이달 들어선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 경고등이 켜졌다. 충남 천안 산란계 농장이 확진(5일)된 데 이어, 전날엔 경기 안성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도 AI 항원이 확인됐다. 산란계 25만7,000마리를 키우는 이 농장의 산란계가 고병원성 AI에 걸린 것으로 확진될 경우 이번 유행기간에 경기 소재 가금농장에서 발생한 첫 고병원성 AI 사례가 된다.


그간 정부는 고병원성 AI가 경기로 확산하는 것을 경계해 왔다. 경기는 전국 산란계 6,900만 마리 중 1700만 마리(24.6%)가 몰려 있는 산란계 최대 밀집지역이기 때문이다. 그중 경기 안성·평택‧화성·이천·여주에서 키우는 산란계는 약 800만 마리다.

현재까지 살처분한 산란계는 100만 마리 안팎으로, 전체의 1.5% 수준이다. 하지만 안성 소재 산란계 농장 산란계가 고병원성 AI에 걸린 것으로 확인되고, 경기 곳곳에서 확진 사례가 잇따를 경우 계란 수급 불안 문제가 커질 수 있다. 특히 피해 가금 농장에서 검출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두 가지 유형(H5N1‧H5N6)이란 점도 방역 당국의 시름을 깊게 하는 요인이다. 역대 최악으로 꼽는 2016, 2017년 고병원성 AI 확산 때도 같은 유형이 동시 유행하며 피해를 키웠다. 당시 전국 산란계의 36%를 살처분했다.

계란 가격은 이미 출렁이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를 보면, 계란 한 판(특란 30개) 소비자 판매가(7,132원‧8일 기준)는 한 달 전보다 15.3% 뛰며 7,000원을 넘어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고병원성 AI는 폐사까지 소요 기간이 길고 폐사율도 낮아 조기 발견이 어렵다”며 “산란계 농장이 많고 과거에도 고병원성 AI가 발병한 경기 남부와 청주‧진천‧음성 등 충북 8개 시‧군을 대상으로 정부 합동점검을 실시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1일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올해 최우선 과제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계란 가격 안정을 위해 고병원성 AI 확산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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