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1호기(월성 원전) 관련 자료를 삭제해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산업통상자원부 전 공무원들이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형사3부(부장 김병식)는 9일 감사원법 위반·공용전자기록 등 손상·방실침입 혐의로 기소된 산업부 A(56) 국장과 B(53) 과장, C(48) 서기관에게 징역 8개월~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자료는 담당 공무원이 개별적으로 보관한 내용으로, 공공기록물에 해당하는 중요 문서는 문서관리 등록 시스템에 등록돼 있다"며 공용전자기록 손상죄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삭제 자료가 업무에 참고하는 보관용일 뿐이라 감사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의미다. 또 감사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법령에서 정한 감사 활동으로 보기 어렵고, 디지털 포렌식도 적법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라며 무죄로 판단했다. 감사원이 당초 자료 제출을 산업부에 문서가 아닌 구두로 요구했고, 포렌식과 관련한 규정도 내부 자료라는 이유로 법원 제출을 거부해 적법하게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없는 만큼 정당한 감사행위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삭제된 파일 가운데 일부가 산업부 내에 동일한 전자기록으로 존재하고, C 서기관이 감사원에 ID와 비밀번호를 제공한 점도 감사를 방해하지 않았다는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방실침입 행위도 1심과 마찬가지로 "사무실의 평온 상태를 해친 행위로 볼 수 없다"며 무죄라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감사 지연은 오히려 감사원의 부실한 업무처리로 인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피고인들의 행위로 감사 방해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A씨와 B씨는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 직전인 2019년 11월 월성 원전 자료 삭제를 지시하거나 이를 묵인·방조한 혐의로, 부하직원인 C 서기관은 약 한 달 뒤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사무실에서 자료 530건을 삭제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월~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들은 1심 선고 이후 지난해 6월 해임 징계를 받고 퇴사했다.
이 사건과 별개로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의혹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 당시 핵심 인사였던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과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정재훈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