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의 공장식 번식과 판매를 금지하기 위한 한국판 '루시법'을 지지하는 집회가 6일 제주 서귀포시에서 열렸다. 같은 시간 인근 장소에서는 경매장주를 중심으로 결성된 단체가 법안 발의에 항의하는 집회도 진행됐다.
2018년 영국에서 제정된 루시법(Lucy’s Law)은 6개월령 미만의 동물 판매를 금지하고, 전문 번식업자를 통해 반려동물을 입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국의 개 번식장에서 구조됐지만 반복된 임신과 출산으로 결국 사망한 킹찰스 스패니얼종 루시의 이름을 따 만들어졌다.
한국판 루시법은 반려동물 경매업을 퇴출하고, 펫숍에서 6개월령 미만 아기동물 판매를 금지하자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이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23일 발의한 데 이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29일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주동물친구들 등 19개 동물보호단체들로 구성된 '루시의 친구들'은 위 의원 의정보고회가 열린 6일 서귀포학생문화원 앞에서 지지 집회를 개최했다. 루시의 친구들은 회견문을 통해 "반려동물 공장식 번식과 판매를 제어할 수 있는 루시법 법안을 환영한다"며 "착취와 학대, 돈벌이에 기반한 반려동물 산업을 근본부터 바로잡기 위해 루시법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유기동물이 연간 13만 마리에 달하는 부끄러운 현실에도 반려동물 산업이라는 이름 아래 강아지 공장-경매장-펫숍을 거쳐 연간 20만 마리 이상이 판매되고 있다"며 "허가된 생산업조차 강아지 공장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한 허가 번식장에서는 개 1,426마리가 피학대동물로 구조되기도 했다"며 "루시법이 통과되면 품종 번식 매매가 줄고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문화가 마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경매장주들은 "루시법은 펫산업 종사자에 대한 입법테러"라며 루시법 철회를 요구했다. '루시법 철회와 산업 정상화를 위한 전국반려동물산업단체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진행된 이날 집회에서 단체는 "대안도 없는 동물의 경매 금지가 아니라 제도적 보완이 먼저"라며 "경매장은 생산자와 판매자 간 거래의 장이기도 하지만, 정보와 시장 흐름을 파악하는 소통 공간"이라고 주장했다. 또 "60개월 이상 개나 고양이 교배 또는 출산 금지, 6개월령 이상 판매 금지는 전형적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