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많이 못 깎은 미국 공화 하원의장…강경파 달랠 수 있을까

입력
2024.01.08 17:00
의회 지도부, 세출 총액 합의… 약 2183조 원
첫발 뗐지만 셧다운 위기 지속… 진통 불가피

미국 연방의회 지도부가 2024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연방정부 예산 지출 총액에 합의했다. 1조6,590억 달러(약 2,183조 원) 규모다. 1년 치 정부 예산안 타결을 위한 첫발을 뗀 셈이지만, 갈 길은 멀고 시간은 없다.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 척 슈머 원내대표와 하원 다수당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7일(현지시간) 2024회계연도 12개 세출 예산 법안의 상한액을 1조5,900억 달러 규모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1조5,900억 달러는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당시 하원의장이 설정한 액수다. 양원 여야는 국방 예산 8,860억 달러, 비(非)국방 예산 7,040억 달러로 이 금액을 맞췄다.

실질 총액 규모는 조금 더 크다. 작년 백악관과 매카시 의장 간 협상 때 구두 거래로 매년 690억 달러 추가 지출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에 올해 비국방 예산 규모가 7,730억 달러로 늘었다. 민주당 지도부인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공동 성명에서 “우익 극단주의자들이 삭감을 요구한 재향 군인 혜택 등 우선순위 국내 예산을 지켰다”고 말했다.

이날 총액 합의가 도출됨에 따라 양원 세출위원회가 부문별 예산안 협상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 시한부인 임시 예산 1차분 소진(19일)을 열흘 남짓 남기고서다. 이 기간 여야 양원이 △보훈 △교통·주택 △에너지·수자원 △농업·식품 및 의약품 규제 등 4개 부문 예산안을 처리하면 일단 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을 피할 수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셧다운 회피의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회의론이 만만치 않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총액 합의는 첫 단계일 뿐”이라며 “예산안이 제때 의회에서 통과될지, 지도부 합의가 지켜질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 당장 19일까지 2주도 남지 않았고, 국방부·국무부 예산이 포함된 8개 세출 법안이 내달 2일까지 의결돼야 한다.

최대 걸림돌은 공화당 극우 강경파다. 이들은 지출 대폭 삭감과 더불어 남부 멕시코 국경 이민자의 유입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정책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합의는 예산 급감을 바랐던 하원 공화당 극우파의 격렬한 반대에 직면할 것”이라며 “국경 안보와 이민 문제도 예산 협상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국내 및 국가안보 우선순위 사안에 재원을 공급할 기본 책임을 이행하라”고 공화당 강경파를 압박했다. 의회에 요청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부터 서둘러 처리해 달라는 뜻이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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