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우익수’ 출신 이진영(44) 삼성 타격코치의 이번 스토브리그는 바쁘다. 2023시즌을 마지막으로 지도자 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SSG를 떠나 삼성에 새 둥지를 틀었고, 팀에 합류하기 전에는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 코칭스태프로 참가해 대회 준우승에 힘을 보탰다. 비활동 기간인 지금은 틈틈이 재능기부에 나서고 있다.
바쁜 겨울을 보내는 와중에도 하루 일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2024시즌 삼성의 재도약을 위한 고민이다. 삼성은 2021년 2위로 ‘가을 야구’를 경험했지만 2022년 7위, 지난해 8위로 추락했다. 특히 타격이 아쉬웠다. 2023시즌 팀 타율은 6위(0.263)에 그쳤고, 홈런(88개)과 경기당 득점 생산(4.33)은 8위에 자리했다.
이 코치는 8일 통화에서 “타격이 작년보다 많이 좋아질 수 있도록 선수들을 돕겠다”며 “아직 선수들을 많이 만나 보지 못했지만 선수들 파악을 먼저 한 다음 젊은 선수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분명히 지난 시즌에도 선수들은 충분히 잘했다고 본다”면서도 “팀이 투수들을 많이 보강했으니까 타자들이 더욱 힘을 내서 투수들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코치의 대구행은 생소한 도전이기도 하다. 1999년 전북 전주를 연고로 하는 쌍방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 코치는 이듬해 SK로 재창단한 뒤 줄곧 SK(2000~08), LG(2009~15), KT(2016~18) 수도권 팀에서만 뛰었다. 지도자 생활도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SK, SSG에서 했다. 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입게 된 이 코치는 “SK 초창기 시절 푸른색을 입어봤고 빨간색, 검은색 등 다양한 유니폼을 경험했기 때문에 삼성 유니폼도 잘 어울리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팀 색깔도 SSG와는 확연히 다르다. 이 코치가 이끌었던 SSG 타선은 최근 3시즌 연속 홈런 1위를 차지한 ‘대포 군단’인 반면 삼성 타선은 장타력이 취약하다. 이 코치는 “선수 구성 자체가 SSG와 다르며”며 “야구장에 맞춰 치는 게 아니라 선수 본인에게 맞는 타격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내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수가 받아들이지 못하면 좋은 코칭이 아니기 때문에 선수와 코치 간 신뢰가 필요하다”며 “성향 파악이 중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새 시즌 타선의 키플레이어로는 ‘젊은 피’ 좌타 트리오 김지찬 김성윤 김현준을 꼽았다. 이 코치는 “구자욱이나 강민호, 오재일 등 베테랑들은 기본적인 기량이 있어 잘해줄 것”이라며 “지금 막 자리를 잡고 있는 좌타자 김지찬, 김성윤, 김현준한테 신경 써야 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풀타임 경험이 적고, 장타보다 빠른 발과 정교한 타격을 하는 유형이다. 이 코치는 “세 명이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줘야 팀에 도움이 된다”며 “기술이야 단기간에 좋아질 수 있겠지만 선수라면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롱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가장 큰 변수는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 도입이다. 이 코치는 “일관된 스트라이크 존이 형성돼 공정하다”면서 “다만 좌우가 좁고 상하가 넓은 편인데, 반대로 좌우를 늘리고 상하를 줄이는 게 어떨까 싶다. 선수마다 신장 차이도 있고, 상하 폭이 큰 커브에 대한 애매한 볼 판정도 나올 수 있다. 연습 경기하면서 수정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의견을 냈다.
이 코치는 재능 기부를 다니면서 꿈나무들이 기본기에 충실할 수 있도록 주문하고 있다. 최근 SK 코치 시절 인연을 맺었던 서한규 감독이 이끄는 서울문화예술대의 선수들을 최원호 한화 감독과 함께 일일 지도한 이 코치는 “몇 년 전부터 선수들을 한번 봐달라는 요청에 다녀왔다”며 “기본기부터 잘 배워서 프로에 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