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형' 이재성 "팀 위해 희생하는 선수들도 응원해주세요"

입력
2024.01.03 07:30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이재성(32·마인츠)이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향한 여정에 앞서 대표팀에서 희생하는 선수들을 먼저 챙겼다. 손흥민(32·토트넘)과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 황희찬(28·울버햄프턴)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 등 화려한 해외파 선수들 속에 경기에 뛰지 못하는 선수들을 배려하며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재성은 2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대한축구협회(KFA) 어워드'와 클린스만호의 아시안컵 출정식에 참석했다. 이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코칭스태프, 태극전사 18명은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로 떠났다. 손흥민과 이강인 등 나머지 선수들은 3일 아부다비에 합류해 현지 적응 훈련에 나설 예정이다.

이재성은 이날 행사를 마친 뒤 "우리가 64년 동안 아시안컵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이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도전이 저희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 많은 분들이 기대하시는 만큼 선수들이 카타르에서 자만하지 않고 자신감을 가지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매 경기 승리해서 최종 목표인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재성은 이어 "기대를 받고 응원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고 동기부여가 되는지 선수들은 알고 있다. 지난 월드컵에서도 그런 응원을 받았기 때문에 저희 선수들한테는 부담보단 기대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희생하는 선수들을 언급했다. 이재성은 "무엇보다도 정말 노력해 주고 팀을 위해 희생하는 선수들이 있기에 우승이라는 말을 계속할 수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재성도 팀을 위해 우직하게 뛰며 희생하는 선수다. 공수에서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특히 지난 A매치에서 이강인에게 자신의 포지션인 우측 공격수 자리를 양보했을 정도로 개인보다 팀을 생각하는 속 깊은 선수이기도 하다.

특히 대표팀 관련 행사나 인터뷰에 적극 협조하는 등 따뜻한 인성으로 유명하다. 소위 잘 나가는 해외파 선수들이 각종 행사나 기자회견을 꺼릴 때마다 이재성은 재지 않고 스스럼없이 나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도 선수들을 대표해 카메라 앞에 서서 언론과 마주했다.

이재성은 '가장 희생을 많이 하는 것 같다'는 질문에 "저 말고도 경기를 뛰고 싶어도 뛰지 못하는 선수들,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저의 희생은 너무나 값진 희생이라고 생각한다"며 "각자의 위치에서 해야 될 일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선수들도 그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고, 또 그런 것들이 저희 팀의 가장 큼 힘이지 않나라는 생각도 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많은 분들이 희생하는 선수들까지 응원해 주시면 그 선수들도 더욱 힘을 내서 팀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성은 '숙적' 일본과의 만남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과 일본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된다. 한국은 64년 만의 우승을, 일본은 5번째 우승을 노리고 있다. 일본은 이강인의 절친으로 알려진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를 비롯해 엔도 와타루(리버풀), 미토마 카오루(브라이턴) 등이 포함돼 한국과 마찬가지로 역대 최고 전력을 자랑한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D조에 속한 일본과 E조에 속한 한국이 각각 조 1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한다면, 결승전에서 맞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성은 이에 "결승전에서 만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날(2월 11일)이 공교롭게도 설날이라고 알고 있다"며 "너무나 큰 이벤트가 될 것 같은데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신다면 선수들이 기쁨으로 행복한 선물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강은영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