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농도 초미세먼지(PM2.5) 발생일수가 지난해보다 열흘 이상 늘었다. 관측이 시작된 이래 처음 반등한 것이다. 중국의 대기오염이 심화하고 엘니뇨까지 겹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29일 한국환경공단의 대기질 정보 포털인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전국 초미세먼지 농도가 고농도 영역인 '나쁨(36~75㎍/㎥)'이나 '매우 나쁨(76㎍/㎥ 이상)'으로 측정된 날은 총 27일이었다. 지난해(17일)보다 10일 많다. 12월만 놓고 보면 지난해엔 나쁨 이상인 날이 없었던 반면, 올해는 벌써 3일 발생했고 더 늘어날 수 있다. 연말까지 수도권, 충남, 경북 등을 중심으로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을 보일 전망이라서다.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5년 측정 개시 이래 매년 감소해왔다. 측정 첫해 62일이던 고농도 초미세먼지 발생일수도 2019년 47일, 지난해 17일로 줄었다. 정부가 시행하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가 효과를 냈고 최근에는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경제활동 둔화도 영향을 미쳤다.
고농도 초미세먼지 발생이 전년보다 잦아진 건 올해가 처음이다. 중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 영향이 컸다. 핀란드의 대기환경 연구기관인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에 따르면, 올해 1~11월 중국 전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상승했다.
중국 대기오염이 악화한 건 2013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강력한 환경 규제를 통해 대기오염도를 낮췄지만, 최근 몇 년간 전력 수요가 늘어나고 겨울철 난방용 화력발전이 증가하면서 오염물질이 도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CREA는 “중국 내 초미세먼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지역은 지난해보다 석탄생산량(4.4%)과 화력발전량(4.3%)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엘니뇨로 인해 중국의 대기오염 물질이 우리나라로 유입될 조건이 더 강화됐다. 엘니뇨는 열대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황이 5개월 넘게 지속되는 현상이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일본 동쪽으로 고기압성 순환이 강화돼 우리나라에 남풍 또는 남서풍이 불게 되는데 이는 초미세먼지 농도 상승 요인이 된다. 남풍의 따뜻한 성질이 기온을 높이고 대기순환을 둔화시키기 때문이다.
해수면 온도 상승도 문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최근 초미세먼지 3개월 전망 시범 결과를 통해 “베링해 해수면 온도가 높아 우리나라 주변 고기압성 순환이 자주 발생해 대기가 정체하고,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도 평년보다 높아 한반도로 부는 북서풍이 약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찬 북서풍은 한파를 몰고 오는 동시에 미세먼지를 쓸어낸다. 겨울철 추운 날엔 미세먼지가 덜한 이유다.
이에 국립환경과학원은 오는 1~2월 초미세먼지 농도가 전년보다 높을 확률이 50%로 상당히 높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