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단일 시장과 유로화 출범을 이끌었던 자크 들로르 전 EU 집행위원장이 27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8세.
AP통신 등에 따르면 들로르 전 위원장의 가족은 그가 이날 프랑스 파리 자택에서 잠든 사이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프랑스 노동자 계급 출신인 들로르 전 위원장은 1981~1984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사회당 정부에서 재무장관으로 일하며 이름을 알렸다. 1985년부터 10년간 최장기 EU 집행위원장을 지내며 단일 시장과 단일 통화(유로화), 자유로운 이동을 위한 솅겐 협정 등 EU 통합 과정의 핵심적 역할을 했다. '현대 유럽의 설계자' '미스터 유럽' 등으로도 불렸다. 핀란드부터 포르투갈까지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EU를 두고 '들로르가 지은 집'이라는 표현도 쓰인다고 AP는 전했다.
퇴임 후엔 유럽 연방주의 촉진을 위한 싱크탱크를 만들었고, 최근엔 유럽의 포퓰리즘을 경고하는 등 현안에 대한 목소리도 적극적으로 내 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우리 유럽의 설계자"라고 적으며 들로르 전 위원장에게 경의를 표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을 더 강하게 만든 선구자였다"며 고인을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