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처럼 피해자 소외 없게... 재판 참여 늘리고 정보 문턱 낮춘다

입력
2023.12.27 14:52
열람·등사권 강화... 형사소송법 등 개정
살인·강도 피해자도 '국선변호사' 지원

부산에서 20대 여성을 잔인하게 폭행한 뒤 성폭행을 시도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 재판을 지켜본 피해자는 철저히 소외 당했다고 증언했다. 법원에 수차례 기록을 요청해 받은 것은 공소장이 전부였고, 양형 이유를 듣고는 "내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왜 판사가 용서하느냐"며 울부짖었다.

피고인과 검찰이 양대 주체이고 피해자는 '제3자'일 수밖에 없는 현재의 형사공판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강력 범죄 피해자들의 재판 참여권을 강화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법무부는 27일 범죄피해자 권익 보호를 위해 형사소송법·특정강력범죄법 등 8개 법률 개정안을 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와 합동으로 내년 2월 6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범죄 피해자의 재판 열람·등사권 확대, 피해자 국선 변호사 제도 지원 범주 확대가 핵심이다.

현행법령에 따르면 범죄 피해자는 법원에 가해자 재판기록의 열람·등사를 신청해도, 법원이 허가하지 않으면 불복할 방법이 없을 뿐더러 그 불허가 사유조차 고지받지 못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는 올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피해자는 재판 당사자가 아니니, 가해자에게 민사 소송을 걸어 문서송부 촉탁을 하라는 얘기만 들었다"고 답답해 했다.

이런 지적에 법무부는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법원이 일부 불허하거나 조건부 허가하는 경우 상급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즉시항고·재항고 절차를 마련했다. 또 국선변호사 조력을 받는 범죄 피해자는 원칙적으로 재판기록 접근을 허가하기로 했다. 지금은 예외적으로만 허가되지만, 정부안대로 법이 바뀌면 앞으로는 피해자의 신변보호나 권리구제 필요성이 있으면 허가해야 한다.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지원 대상도 대폭 확대된다. 법무부는 특정강력범죄법상 중대범죄로 규정된 범죄 피해자에게도 국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법을 손봤다. 기존엔 성폭력, 아동·장애인학대, 인신매매, 스토킹 등 범죄 피해자만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아울러 법무부는 범죄 피해자를 '원스톱'으로 지원할 방안도 마련했다. 지금까지는 피해 지원을 받기 위해선 여러 기관을 거쳐야 했지만, 내년 7월부터는 범죄유형별 전담 기관이 피해자에게 맞춤형 종합지원을 제공·관리하는 허브 역할을 맡게 된다. 해바라기센터(성폭력범죄)와 범죄피해자지원센터(기타 강력범죄)등 전담기관 6곳이 지정됐다.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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