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1만2,000여 명을 해고한 구글이 추가적인 대규모 해고를 포함한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25일(현지시간) 알려졌다. 광고 담당 직원 3만여 명이 대상이다. 미국 정보통신 매체 더인포메이션은 이날 "구글이 부서 통합, 인력 재배치뿐 아니라 해고도 검토 중"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실제로 대량 해고가 이뤄질 경우, 역대 최대 규모였던 1월 해고 이후 약 1년 만이다.
이번 해고 검토 소식에 특히 이목이 쏠리는 것은 사유 때문이다. 구글은 2021년 자사 광고 부문에 생성 인공지능(AI) 기반 플랫폼(퍼포먼스 맥스)을 도입했는데, 이로 인해 광고 제작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효율화했다고 한다. 가령 플랫폼에 만들고 싶은 광고 이미지, 헤드라인 등을 주문하는 명령만 내면 몇 초 만에 생성해 낼 수 있게 되고, 광고주들도 플랫폼을 활용한 광고 제작을 점점 선호하다 보니 인력의 필요성이 줄었다.
테크 업계에선 "AI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은 미국을 대표하는 테크 기업이고, 광고 부문은 구글 전체 매출의 80%가량을 책임지는 핵심 조직이라 충격파가 작지 않을 전망이다.
AI 개발로 인한 기업의 직원 해고 및 일자리 축소가 처음인 건 아니다. 클라우드 기업 드롭박스는 올 4월 전체 직원의 16%인 500명을 내보내며 그 이유로 'AI 시대의 도래'를 들었다. 드루 휴스턴 드롭박스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AI가 우리에게 새로운 능력을 주고 작업을 완전히 변화시킬 것이라고 믿어 왔다"며 "기계 지능이 기존 사업을 재구상하고 신규 사업을 창안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교육기술 기업 체그도 6월 직원 4% 해고를 공시하면서 "AI 전략에 대비해 더 좋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감원 시행의 사유로 'AI'를 거론하는 기업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채용정보업체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 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올 1~8월 AI 도입을 이유로 해고한 인력은 약 4,000명이었다.
아직 구조조정을 하진 않았지만 해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기업도 있다. IBM이 대표적으로, 이 회사의 아르빈드 크리슈나 CEO는 지난 5월 한 인터뷰에서 "고객을 직접 대면하지 않는 역할의 30%가 5년 내에 AI 또는 자동화로 대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IBM의 전체 직원 수(약 26만 명)에 비춰 보면 7,800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기업들이 해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AI를 구실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회사가 극단적인 비용 절감책인 해고 카드까지 꺼내게 된 데엔 경영진 잘못이 더 큰데도, AI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테크 매체 테크크런치는 "냉소적인 사람들은 (AI를 해고 사유로 언급하는 것이) 혁신의 물결에서 밀려나지 않을 것이란 시장과 투자자의 낙관을 유지하면서, 비용 절감을 위한 '쉽고 시의적절한' 변명이라고 본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