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이 무효다. 프로농구 최하위 서울 삼성이 또 졌다.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은희석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에도 연패를 끊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25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 서울 SK와 크리스마스 더비에서 74-89로 크게 졌다. 아직 시즌 반환점이 돌지도 않았는데, 벌써 세 번째 4연패 수렁에 빠져 10개 팀 중 가장 먼저 20패(4승)를 떠안았다. 또한 9위 대구 한국가스공사(7승 18패)와 격차는 2.5경기다. 남은 시즌 반등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면 1997년 프로농구 출범 후 사상 첫 3년 연속 꼴찌라는 오명을 쓰게 된다.
서울 라이벌인 SK와 크리스마스마다 맞붙는 S-더비에서 3년 연속 패배를 당한 삼성의 올해 성탄절 연휴는 유독 더 우울하다. 김효범 감독대행 체제로 처음 치른 23일 한국가스공사전에서 82-107로 완패했고, 이날도 무기력한 패배로 분위기 전환에 실패했다. 김 감독대행은 “선수들에게 ‘새롭게 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하자’고 했지만 책임감을 통감하니까 힘들어한다”며 “지금은 전술을 주입시키는 것보다 격려와 치유가 먼저”라고 말했다.
전통의 농구 명가 삼성은 2016~17시즌 챔피언 결정전 준우승 이후 암흑기를 겪고 있다. 2017~18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단 한 번도 6강 플레이오프에 초대받지 못했다. 2021~22시즌에는 9승 45패, 2022~23시즌엔 14승 40패에 그쳐 팀 창단 첫 2년 연속 최하위 수모를 당했다.
이번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팀으로 꼽히는 SK는 파죽의 6연승을 달리며 정상 궤도에 올랐다. 시즌 성적은 16승 8패로 3위에서 한 계단 뛰어올라 창원 LG와 공동 2위가 됐다. ‘슈퍼팀’ 부산 KCC도 대구 원정에서 한국가스공사를 96-90으로 누르고 7연승을 이어갔다. 13승(9패)째를 신고한 5위 KCC는 4위 수원 KT(15승 9패)와 격차를 1경기로 좁혔다.
원주에서는 선두를 달리는 원주 DB가 울산 현대모비스를 102-92로 꺾고 홈 팬들에게 3연승을 선물했다. 이로써 시즌 21승 5패를 기록, 공동 2위 그룹과 승차를 4경기로 벌려 1강 체제를 갖췄다. DB는 현대모비스가 91-86으로 따라붙은 종료 2분 52초 전 강상재가 3점포를 터뜨렸고, 2분 12초를 남기고는 디드릭 로슨의 골밑 돌파로 점수를 쌓아 승기를 잡았다. 2연승이 끊긴 현대모비스는 6위(11승 14패)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