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수준' 2028수능 수학에 촉각… "내신 전공연계 과목 들어야 유리할 것"

입력
2023.12.25 04:30
6면
[심화수학 배제 수능 개편 영향은]
"상위권 대학, 변별력 확보에 나설 것"
논술·면접 등 대학별 고사 강화 전망
"심화수학 이수, 정시에도 반영" 관측

현재 중학교 2학년이 치를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미적분Ⅱ' '기하' 과목이 수학영역 출제 범위에서 빠질 것이 확실시되면서 대입 전형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모든 수험생이 수능 수학을 문과 수준으로 치르게 되는 터라, 대학들이 최상위권 학생을 가려내기 위해 내신 선택과목, 대학별 고사 등 다른 전형 요소의 평가 비중을 높일 거란 관측이 나온다. '킬러문항'을 배제하고도 '불수능'이 된 올해 수능에서 보듯이, 미적분·기하의 공백을 만회하고자 수능이 한층 어렵게 출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4일 입시업계 등에 따르면 교육부가 조만간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확정할 때 국가교육위원회의 권고안을 그대로 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개편된 수능의 수학영역 출제범위는 수학 공통과목에 있는 '대수' '미적분Ⅰ' 부문과 문과 학생이 주로 선택하는 '확률과통계'로 국한된다. 앞서 국교위가 이달 22일 정부 권고안을 의결하면서 교육부가 검토를 요청한 '심화수학(미적분Ⅱ·기하) 신설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미적분Ⅱ는 수열의 극한·적분법 등을, 기하는 이차곡선·공간도형과 공간좌표 등을 다룬다.

현행 수능에서 이과생이 주로 택하는 미적분과 기하 과목이 4년 뒤부터는 수능 출제 범위에서 제외되면서, 상위권 대학들이 '쉬운 수능'을 대체할 최상위권 변별 수단을 마련할 거라는 게 입시업계의 대체적 관측이다. 수시에서는 논술, 구술면접 등 대학별 고사가 강화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고교 심화수학 이수를 대학교육을 받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여기는 상위권 자연계열 대학이라면 전공과 연계된 내신 선택과목을 들은 지원자에게 가중치를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 소속 장지환 배재고 교사(수학)는 "심화수학 배제 등으로 최상위권 대학이 수능만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없다는 건 자명해지고 있다"며 "대학들이 전공연계 과목의 이수 여부나 내신 등급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등 변별력 높은 전형 요소를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대학들이 수능 위주 정시 전형에서도 전공연계 과목 이수 여부에 가중치를 두고 변별력 확보에 나설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수험생의 내신 부담이 커질 것"이라 내다봤다.

심화수학 배제에도 수능의 난도가 도리어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만기 소장은 "올해 '불수능' 논란에서 보듯이 수학 출제 범위가 한정되더라. (변별을 위해) 얼마든지 어렵게 출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상위권 대학이 아니라면 수험생에게 내신 부담을 주기보다 일단 선발한 뒤 심화수학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해 가르치는 경우가 많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의대 정원 확대로 의대 쏠림이 심화하는 상황이라, 이공계 상위권 대학이라도 내신 심화수학 과목 이수를 선발 조건으로 걸었다가 지원 기피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할 것"이라며 "신입생 선발 뒤 1학년 프로그램으로 가르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대학이 상당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현성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