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집중하자고! 힘싸움에서 지면 어쩔 수 없어. 뭘 해도 안 되는 거야 지금은. 같이 하는 수밖에 없어."
지난 16일 대전 충무체육관. 정관장에 1,2세트를 내리 내준 현대건설의 강성형 감독이 3세트 초반 작전타임을 갖고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3-7로 밀린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실수를 줄이는 팀워크를 강조할 수밖에 없었다. 자칫하면 완패당할 수도 있는 위기에서 강 감독은 선수들을 차분하게 독려하며 경기력을 끌어올리려 애썼다.
강 감독의 바람이 통한 걸까. 작전타임 이후 코트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양효진과 모마가 잇따라 연속 득점을 올리며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이다현과 위파위도 득점 대열에 합류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반전돼 3세트를 29-27로 따냈다. 현대건설은 기세를 몰아 4세트와 5세트까지 파죽지세로 내달려 승기를 잡았다. 1,2세트를 내주고도 나머지 세트를 잡아 승리하는 '리버스스윕'을 일궈낸 것이다.
리버스스윕은 프로배구에서 손에 땀을 쥐는 대역전극을 말한다. 5세트 중 1,2세트를 상대에 내준 뒤 기세를 꺾어 나머지 세 세트를 가져와 승리하는 방식이다. 사실 이러한 대역전 승리는 말처럼 쉽지 않다. 확률적으로도 남녀부 전체 경기 중 약 4.4%에 불과하다. 그러니 관중 입장에선 리버스스윕 경기가 더욱 짜릿할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엔 시리즈 자체를 뒤집는 리버스스윕이 발생했다. 한국도로공사가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0%의 가능성을 뚫고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한국도로공사는 당시 흥국생명을 상대로 1,2차전을 모두 패한 뒤 남은 세 세트를 내리 승리하며 챔피언이 됐다. 이 순간은 역사로 기록됐다. 챔피언결정전에서 리버스스윕이 나온 건 처음있는 일이었다.
22일 배구연맹에 따르면 역대 리버스스윕을 가장 많이 만들어낸 팀은 대한항공(남자부)과 한국도로공사(여자부)다. 대한항공은 정규리그에서 20번, 포스트시즌엔 2번 등 총 22번의 리버스스윕 승리를 따낸 바 있다. 도로공사는 정규리그 16번, 포스트시즌 1번 등 총 17번의 리버스스윕 승리를 거머쥐었다.
시즌별로 보면 남자부에선 2018~19시즌 정규리그에서만 11번의 리버스스윕이 나와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반면 여자부는 2020~21시즌 발생한 8번의 리버스스윕이 역대 최다였으나, 올 시즌 들어 3라운드 기준 총 6번의 리버스스윕이 나와 기존 기록을 깰 것으로 전망된다.